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순자 Feb 11. 2023

399. 아이들은 어른 하기 나름이더군요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404회 칼럼

최순자(2023). 아이들은 어른 하기 나름이더군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2. 11.




“현재 만 4세 반을 맡고 있어요.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는 아이들이 조금 신경 쓰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 하기 나름이더군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한 말이다. 농촌 지역 어린이집으로 사회 현상인 저출생 문제가 그대로 나타나 정원이 65명인데 현원 38명인 곳이다. 교사가 한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지만, 한가지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자 한다.


내가 도쿄 유학 시 실습했던 유치원 입학 조건은 반경 2.5km에서 오기, 통원버스 운행 안 하기 등이다. 멀리서 다니지 말고 가까이서 오되 차량으로 데리고 오지 말고, 자전거로 데려오는 것까지는 허용하겠다는 곳이다. 자연히 부모들은 등원 시간이면 자전거나 걸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부모와 아이들을 유치원 입구에서 원장이 맞이한다. 각 반 선생님은 두 명이다. 한 명은 교실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상냥한 표정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 보고 맞이한다. 다른 한 교사는 교실로 들어간 아이들이 자유 활동을 하는 것을 지켜봐 준다.


이 장면을 귀국 후 예비 보육교사 양성 과정 교육 때 얘기했다. 어느 수강생이 졸업 후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다 직무교육 중 쉬는 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내가 들려준 얘기대로 아침 등원 시간이면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단다. 물론 습관이 되지 않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교사를 만난 아이들의 변화이다. 명랑하면서도 소란스럽지 않고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로 어린이집 모든 선생님이 칭찬한단다. 그러면서 담임 선생님인 그 교사에게 “어떻게 선생님 반 아이들은 그렇게 달라요?”라고 묻는단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힘들지만, 무릎을 꿇고 앉아 등원 시간에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을 생각해 보자. 그 선생님은 등원 때만 아니라, 다른 활동 때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입장을 고려하며 상호작용을 할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실 분위기가 활기차면서도 평화로운 것이다. 그 모습이 다른 교사들 눈에 띄는 것이다. 바로 아이들은 어른 하기 나름이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지상의 별처럼’이 있다. 주인공 이샨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부모님은 미술 선생님 람니쿰이 이샨이 안고 있는 난독증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로 알았다미술 선생님은 그러한 부모님과 다른 선생님들에게서 자신감을 잃은 이샨을 격려하고 응원했다이샨은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이였다미술 선생님은 그런 그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할  있게 했다미술 선생님의 진정성 있는 지원이 한 아이를 변화시켰다아이들은 어른 하기 나름인 것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어른, 교사가 아이들을 마음으로 대할 때 아이들은 그것을 안다.


매거진의 이전글 398.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있을 때 제일 밝더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