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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May 29. 2023

치료 중 노모의 마음


<치료 중 노모의 마음>


지난 3월 16일 구순 노모가

걷다가 넘어져 대퇴골 손상이 생겼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였다.

밤에 자식들 걱정할까 봐 참다가

새벽에 아들에게 전화했다.


첫째 남동생이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입원 처리를 했다.

진단결과 수술을 해야 한다기에

나도 시간을 내고, 둘째 남동생도 휴가를 내서 병원으로 갔다.

주치의를 만나 면담했더니

정밀 검사 후 다행히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뼈가 붙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 했다.


입원 병원에서 2주는 간병인이 있는 간호통합병동 생활을 했다.

이곳 이용은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집으로 퇴원해서 누군가 계속 간병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간호사가 있는 병원이 안전하다고 판단,

일반 병동에서 1주일 간 지내셨다.

시간을 내서 1주에 한 번 뵙고 왔다.


병원측에서 간병인이나 가족이 계속 옆에서 케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형제들과 의논 결과 요양병원으로 모시기로 했다.

등급을 받기 어려운 어르신장기요양등급 받는 것도

요양병원에 계시는 게 좋을 수 있다는 주변 의견도 반영했다.


노모에 의하면,

요양병동은 한 방에 일곱 분 어르신이 있는 구조인가 보다.

1주에 한 번 사전 신청 후 면회는 할 수 있으나,

직접 병실은 볼 수 없고,

정해진 장소에서 40분만 뵙고 올 수 있다.


어버이날 전후 면회를 신청,

나는 사촌언니와 갔다.

어머니를 위해 챙겨간 중 하나는

부탁하신 기도문과 노모가 갖고 있는 재능인 그림 그릴 도구를 가져갔다.

스케치북에 어머니 이름을 써보라고 했더니,

예전에 비해 삐뚤빼뚤하나 '이동O' 이름 석자를 쓰신다.

다행이다.


면회 때 전화로는 잘 하지 않으신 말을 전한다.

옆에 치매 어르신도 있단다.

침대에 묶어 놓거나, 제대로 대변 처리가 안 돼

냄새가 나서 힘들다고 한다.

거기까지 잘 몰랐던 일이었다.


노모는 다시는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우선 뼈가 붙을 시기까지 한 달 정도만 더,

조금 편하게 계실 한방요양원으로 내일 옮길 예정이다.


이후 병원에는 있고 싶지 않다고 하시니 댁으로 모실 예정이다.

노모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잠깐 아파트에 살던 딸 집에 오셨던 때를 빼고는 주택 생활만 하셨다.

늘 아파트 생활을 동경하셨다.

원룸형 작은 아파트를 전세로 나마 마지막으로 그 꿈을 이뤄드리려 한다.

노모가 입식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모두 생업을 하고 있는지라, 모시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자주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

이 점이 자식으로 마음이 힘들다.

부모는 자식을 다 거둬 키웠는데...


노모와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자주 통화한다.

며칠 전이다.

"올해 토끼띠 환갑이더구나.

니 생일날 전에 갔던 미역국이 맛있는 집(육회)에 가서

실컷 사주고 싶다."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막둥이 치아가 안좋다는 데 걱정이다."라고 하신다.


당신 몸이 편치 않으신 중,

노모의 마음이다.


* 노모가 예전에 외웠던 기도문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기도문, 사도신경과 가족 한 명 한 명 이름을 넣은 기도문과

일본의 백세 시인 시바다 도요의 시 두 편도 

큰 글씨로 프린트, 코팅해서 갖다 드렸다.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눈을 감으면>


눈을 감으면

양 갈래로 머리를 닿은 내가

즐겁게

뛰어놀고 있네


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

하늘을 떠다니는 흰 구름

끝이 없는 드넓은

유채 꽃밭


나이 아흔둘에

눈을 감고 보는

지난날의 풍경

사무치게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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