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와 마음의 거리
“별일 없으세요? 한 번 찾아뵌다는 게 시간이 지났네요. OO 언니도 교수님 보고 싶다고 꼭 한 번 가자고 했어요.” “그렇지요? 말이 쉽지 거리가 있는데, 지금은 추우니까 날씨 따뜻해져 밖에서 식사할 수 있을 때 와서 식사같이 합시다.”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20여 년 전 만난 제자로 하는 업무로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내가 운전하다 5개월 전 난 교통사고 후유증 안부를 물었고, 그가 만나고 있는 동기들 소식도 전해주었다. 봄에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눈에 익숙한 제자의 이름이 휴대전화 화면에 뜬다.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예상대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건강을 다시 회복하고 신앙생활을 잘하면서, 자신이 몸이 좋지 않았던 경험을 살려 같은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상담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해 가며 복지상담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강의도 하고 있다. 역시 따뜻해지면 보기로 했다.
30여 년 강의하다 보니 많은 제자를 만났다. 학기가 끝나거나 졸업하면 다시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내 경우는 관련 연구소와 자격,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그 인연으로 다시 만나기도 한다. 특별히 오늘처럼 연락을 주는 제자는 늦깎이 제자들이 많다. 인생을 어느 정도 알고 학교에 들어온 터라, 배움 과정도 진지하고, 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쉬 가까워졌던 것 같다.
먼저 연락해 온 제자와 얘기 나눴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인간관계는 접근성이 크게 관련되는 듯하다. 가까이 살고 있고,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사는 사람이 있어 종종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친구도 멀리 있으면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맘먹고 만나지 않는 한 말이다. 그 마음은 또 마음의 거리가 정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