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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Dec 07. 2023

‘존경스럽다’는 말의 무게는?


최순자(2023). ‘존경스럽다’는 말의 무게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2. 2.



“당신이 존경스럽더라.”


11월 말에 3박 4일 일정으로 지인들과 교토, 나라,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남편이 한 말이다. 여행 경비가 1인당 1백8십만 원이라고 했다. 그동안 모아둔 회비에서 지원하고 1인당 1백5십만 원을 낸다고 했다. 여행 일행은 전원은 은퇴한 남성들로 아홉 명이었다. 경제적으로 그냥 살 만큼 사는 사람들로 보인다. 어찌 보면 공무원으로 은퇴한 남편의 호주머니가 제일 가볍지 않을까 싶다. 


여행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니 일부 몇 명이 비용이 많다고 한 것 같다. 그 얘기는 부인들도 그런 듯하다. 가겠다고 모두 결정한 뒤에야 가니, 못 가니 한 것 같다. 이미 계약금도 1인당 30만 원씩 여행사에 보냈다고 한다. 여행사는 모두 알만한 여행사였다. 


나도 여행 경비가 비싸다고 느껴지기는 했다. 단 한국에서부터 가이드가 따라가고, 현지에 가서 전용 버스를 대절해서 이동한다고 하니, 그냥 그러나 보다 했다. 내가 일본에서 생활한 7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남편도 파견 공무원을 포함 일본에서 2년을 지낸 터라 ‘굳이 그런 경비를 내고 가야 하나?’라고는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특별히 경비나 여행 건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즉부터 여행 얘기가 있었고, 특히 모임에서 주최해서 가는 여행이기에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정대로 여행을 떠났고, 일행 중 몇 명의 언행으로 유쾌한 여행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남편은 내가 여행 경비를 두고 잔소리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 보다. 선물로 화과를 내 것과 구순의 내 엄마 것도 같이 사 왔다. 엄마 것까지 챙겨서 사 온 것이 고마웠다. 나중에 덧붙이기를 내 옷을 사 주려고 둘러봤는데 마땅히 없어서 그냥 왔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못 입은 옷도 차고 넘치는 데 무슨 옷을”이라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존경’이라는 말을 쓸 만한 사람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서로 “존경하는 의원님”이라는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존경’을 붙이기는. 남편은 종종 내가 살아온 삶에 ‘존경’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오히려 그때의 ‘존경’은 무겁지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번에 들은 ‘존경’이라는 말은 왠지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하다. 가볍다는 생각이다. 내가 너무 무거운 것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어느 정도 무게에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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