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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Dec 31. 2023

2023년을 마무리하며, 새해에는 지경보다 깊이를

최순자(2023). 2023년을 마무리하며, 새해에는 지경보다 깊이를.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2. 31.




계묘년 한 해 마지막 날이다. 흰 눈을 덮고 있는 창 너머 종자산, 보장산, 지장산 자태가 절경이다. 설경을 보니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 해를 뒤돌아본다.


대학 선생 역할은 크게 교육, 연구, 봉사로 본다. 첫째, 교육으로 박사논문 12편을 심사했고 전공과목을 강의했다. 맡았던 과목은 영유아발달 및 지도, 보육학 개론, 부모교육, 생활지도 및 상담, 교육심리학, 아동권리와 복지, 교육과정, 교육평가, 교직실무, 영유아프로그램개발과 평가, 보육실습, 영아발달, 영유아행동의 발달적 이해, 영아발달과 애착형성, 학령기발달의 이해 등이다. 


둘째, 연구로는 2월에 <일본의 아동가정청(こども家庭庁) 설치 방향과 과제>(한국일본교육학연구. 28권 1호), 6월에 <일본의 유·초(幼 · 初)연계 프로그램 검토 및 요코하마시 사례 분석>(한국일본교육학연구, 28권 2호)를 연구지에 게재한 일이다. 또 일본, 중국 학자들과 올해부터 2026년 4년간 다문화 이해를 위한 연구를 시작한 일이다. 이 일로 지난 8월에 동경 아오야마대학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3일 일정으로 다녀왔고, 새해 1월 중순에는 오사카교육대학에 간다. 올해 9월에는 한국을 찾은 일본 학생들과 내 강의를 학생들이 자리를 마련, 교류 시간을 가졌다. 


셋째, 봉사로는 대학 외 도서관, 어린이집, 육아종합지원센터, 교육지원청, 교육원, 교육재단, 연구원, 지자체, 연수회 등에서 강연했다. 또 지자체 여성가족분과 위원으로 인권실태 조사에 참여하면서 활동, 우수 위원으로 시장상을 받았다. 한편 글쓰기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시민기자로 68편의 글을 썼고(우수 기자), 인권토론회 토론자, 다문화용역사업 심의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서이초 교사 죽음을 계기로는 사회에 메시지를 내고 싶어, 오마이뉴스 기자로 지금까지 3편의 글을 게재했다. 


강의, 강연 외 의미 있었던 일로는 내가 30여 년 천착해 온 아이들 행복과 건강한 사회를 염원하며 8월 말에 <교사를 위한 아이 심리 알아차림>을 출간한 일이다. 이를 기념하여 10월 말에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42차 세미나와 새로 둥지를 튼 공명재학당 2주년을 겸해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또 내가 문제의식을 갖고 정리해 둔 내용으로 <보육, 유아교육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 방향> 출간했다. 한편 올 2월까지 활동한 한국일본교육학회 회장으로 <한국일본연구의 좌표>와 <어린이집장기미종사자 직무교육> 저자로도 참여했다.  


기록남기기에 의미를 두고 한 일들도 의미가 크다. 파주시중앙도서관이 기획한 파주여성발굴기록사업에 참여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어르신을 인터뷰, 7월에 공저로 <6.25전쟁과 파주여성>을 출간했다. 또 7월부터 10월까지 마을 어르신 12분을 인터뷰해 생애구술사 <신교동 마을 한 권의 사람책, 세월 따라 흐르는 인생 이야기>를 펴냈고, 나남수목원에서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한편 근대기록문화조사원으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1979년까지의 사진이나 문서 등을 디지털로 등록시켜 준 일로 새해에도 이어진다. 이를 위해 11월에 1박 2일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연수 겸 나들이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회갑을 기념한 추억을 만들었다. 40년 지기 대학 절친이 일부러 바다 건너와서 목포 구들방에 여장을 풀고 3일 동안 천천히 함께한 시간이 있었다. 또 초등학교 동창들과 이틀 동안 목포, 신안, 해남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시간을 가졌다. 친정 가족으로부터 좋아하는 생활한복을, 가족으로부터는 생일상과 큰돈을 받고 화천 나들이 등을 다녀왔다.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는 거금을 들여 사위가 좋아하는 홍어를 사서 보내주셨다선배 교수에게는 식사와 상품권을, 유학 시 장학금을 준 일본로타리클럽, 학부 모교, 그 외 많은 이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구순 어머니께 원룸형 아파트를 마련해 드린 일이다. 딸이 아파트에 살 때 지내본 것 외에는 평생을 단독에서 사셨던 어머니는 아파트에서 살아보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고관절 치료 후 혼자서도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모셨다. 대전국립현충원에 계신 아버지께 인사드릴 수 있었음과 장흥, 보성, 익산에서의 추억과 환대도 감사한 해이다. 


60년, 올 한해 잘 살아왔다. 호사다마라고 완쾌되었지만, 다리 다침과 자동차 사고는 그동안 실컷 돌아다니며 지경을 넓혔으니, 잘 고른 좋은 터에 머물며 조심스럽게 깊이를 파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김근태기념관에서 본 선생의 말씀 “희망은 힘이 세다.”와 이외수문학관에서 만난 “모든 하루는 모든 인생의 중심부이다.”를 새해 문구로 새긴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사진을 매듭짓는 의미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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