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3). 어디에도 없는 득량과 인자요산.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2. 23.
“도시 생활에 지친 ‘도시벌레’의 작가 양승언이 득량만에 왔다가 홀딱 반해, 여러 해를 득량만 주변을 헤집었다. 자연 풍광만 본 것이 아니다. 역사도 만나고 사람도 만났다. 그는 단언한다. 남도여행 1번지는 바로 득량만이라고(김민환, ‘득량, 그 어디에도 없는’ 추천사에서).”
누군가에게 쉽게 붙일 수 없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작가가 있다. 바로 시인, 르포작가, 책방 주인, 출판사 글 낳는 집 운영자 송기역 작가이다. 3월 중순에 1박 2일로 그와 글 도반들이 온라인에서 쓴 글을 갖고 만났다. 그때 위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한 권 들고 왔다. 바로 다 읽고 난 후, 득량을 가슴에 품었다.
득량을 품은 지 여덟 달 만에 찾았다. 하루에 두세 번 다닌다는 열차가 득량역을 향해 천천히 선로를 달리고 있었다. 부산으로 가는 열차라 한다. 열차가 지나가고 철도 건널목이 열렸다.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고 겨울인지라 사람은 대여섯 정도만 보였다.
내가 득량에 대해 알게 된 것은 TV에서 옛날식 다방에 관한 프로를 보고 난 이후다. ‘득량역 7080 추억의 거리’에 아직도 ‘행운다방’이 있어 반가웠다. 게다가 늦은 시간인데도 운영 중이었다. 역 앞 잡화점도 문을 열고 있었고, 문방구, 사진관, 이발관 등은 문을 닫고 있었다. 역에는 역장, 역무원 모자 등이 놓여 있고,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메모가 벽면에 가득했다.
추천사에는 “한 지역을 사랑하는 것은 ‘돌아갈 장소’를 만드는 일과 같다.”라는 문장도 나온다. 득량은 평야도 있지만, 득량만이 의미하듯 바다가 더 많이 차지하는 곳이다. ‘인자요산, 지자요수’라 했다. 득량을 돌아갈 장소로 정하고 글을 낳은 소설가는 지혜롭지 않을까 싶다.
나는 지혜롭지 못하고 이상주의자이다. 그래서인지 돌아갈 장소로 산을 택했다. 창문 너머 펼쳐지는 종자산의 위용과 보장산의 포근함을 바라보자니, “아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두어 시간 후에는 석양이 서녘 하늘에 저 홀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터이다. 어린왕자처럼 그 풍경을 몇 번이고 바라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