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산 최순자(2024).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 함께 함의 화양연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4. 1. 20.
* 사진의 글씨는 영화와 드라마 화면 캡쳐함
“소한 추위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을 품은 24절기 마지막인 대한이다.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좋은 날 반가운 세 사람이 공명재를 찾았다. 12년, 6년의 인연이 있는 제자이자 연구원 평생회원들이다. 강의실에서뿐만 아니라 자격 과정, 세미나 등에서도 꾸준히 함께 했다. 비대면으로 만나다가 다 같이 만난 것은 2년 전 공명재 개원식 때이다. 그중 한 명은 두 번 더 세미나에 다녀갔다.
한 명은 12년 전 대학원 강의 때 만났다. 내가 맡은 과목은 ‘유아의 사회적 관계 세미나’였다. 과목 특성도 있었지만 유난히 사회에 대해 열린 눈을 가진 학생이었다. 이후 대체의학, 뇌과학 등을 공부하고 있다. 새해 인사 때 “이번 학기에는 영혼을 갈아서^^ 과제를 한 것 같습니다. 제 생애 몇 안 되는 찐한 경험을 했습니다.”라고 했다. 또 한 명도 12년 전 보육교사 양성과정에서 ‘아동발달’ ‘영유아교수방법론’ 과목으로 만났다. 지금은 ‘영유아 언어치료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시댁에서 보내온 김장김치가 “너무 맛 있어 꼭 주고 싶다.”며 건네 준 따뜻한 품성의 교사이다. 마지막 한 명은 6년 전 대학원 강의 때 ‘창의성과 유아과학교육’ 과목으로 만났다. 올곧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심리학을 공부했고 올해부터는 ‘영유아 언어치료사’ 공부를 시작한다.
새해 인사를 주고받은 후 한 명이 “아, 교수님~ 혹시 1월 20일 점심때 시간 되세요? 조.. 장.. 선생님과 한 번 찾아 뵐까 하구요~”라고 문자가 왔다. “네, 가능해요. 먼 길이고 추운 데 괜찮을지요? 오신다면 함께 하룻밤 묵고 가면 어떨지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여쭤볼게요~ 아마 뵌 지 오래라 모두 궁금하신 듯하시고, 따뜻한 날엔 또 바쁘시니 마음먹었을 때가 좋은 듯해요~^^”라고 했다. 이후 “1월 20일 토요일 11시 30분까지 갈게요~~ ^^ 아마도 저희가 교수님 댁에서 나오는 시간은 2~3시 사이가 될 것 같으니, 이후 다른 일정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장소만 제공해 주세요. 저희가 먹을 것은 다 준비할게요.”라고 했다.
내가 “밥, 국, 기본 반찬을 준비할 테니, 사지 말고 각자 반찬 한 가지씩하고 과일 정도만 가져오라.”라고 했다. 전에 왔을 때 남편들이 운전하고 오는 경우가 있어 부부 동반을 제안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인원에 맞춰 약속 전날 가족과 시장을 봤다. 기본 반찬만 준비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소홀히 할 수 없어 그동안 공명재를 찾은 이들에게 주로 내놨던 홍어삼합(홍어, 돼지고기, 김치)을 주메뉴로 준비했다. 또 귀한 사람 올 때 준비하는 꼬막과 제철인 듯한 양미리, 따뜻한 물에 불려 놓은 말린 고구마순에 넣어 찜을 할 갈치를 샀다. 나물로는 지난해 말린 가지로 했다.
약속한 날 새벽에 일어나 그날 할 글쓰기 마무리를 했다. 약속 시간 2시간 전부터 음식 준비를 하는데, 11시 지나자 두 명이 곶감, 딸기, 한라봉과 떡, 빵, 커피를 들고 도착했다. 늘 배려심 많은 이들이라 일찍 와서 도우려 했던 것 아닌가 싶다. 나는 늘 바쁘게 생활하는 그들이 안쓰러워 내가 준비를 다 하려고 했길래, “왜 이리 일찍 왔냐?”라고 했다. 그랬더니 조금 돕다가 “산책하고 올까요?”라고 하길래 “그리하라.”라고 했다. 약속 시간이 되자 녹두전, 고기전, 오징어무침, 묵, 나물 등 반찬을 한 아름 들고 나머지 한 명도 들어섰다. 먼 길인데도 모두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았다. 내가 전날 준비한 음식과 가져온 반찬 외 남도에서 가져온 민물 새우젓, 손수 담근 깻잎, 남동생이 건네준 무 물김치, 김, 김치, 갓김치 등으로 식탁이 차고 넘쳤다. 부부 동반은 사정이 있어 한 사람만 같이 왔는데 식사 후 합류했다.
11시 30분부터 3시까지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눴다.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세대로 손길이 필요한 부모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다. 그러다 하는 일과 새해 계획으로 소논문 쓰기, 현장실습, 집중해서 공부하기 등도 얘기했다. 오랜만 만나기 위해 오는데 설렜다며 그 설렘을 계속 갖고 싶은 지 모임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부담 없이 월 2만 원 회비로 여행도 가고 경조사도 챙기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돌아간 뒤 내가 단톡에 “소한 추위 대한에 녹는다는, 24절기 마지막인 대한 좋은 날 만남 반가웠습니다. 먼길 조심히들 가시고, “매순간에 헌신해 그 순간 자체를 목표로 인식(송숙희, 2007. 내 인생 최고의 순간)”하며 지내다 또 만나요.”라고 했다. 이후 세 사람의 문자에도 행복감이 묻어 있었다. “저도 오랫만에 모두 뵈어 좋았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고, 하시는 일들 즐겁게 하시길 바래요.” “마음 편히 이야기도 나누고 2년 만에 만난 선생님들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가웠고, 교수님께서 정성껏 준비해주신 음식들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오롯이 이런저런 생각할 수 있었던 저만의 힐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오는 시간). 오랜만에 교수님과 반가운 얼굴들 뵙고 너무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모임 명칭은 단톡에서 내가 제안한 ‘화양연화(花樣年華)’로 하기로 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뜻으로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자를 찾아보다 같은 제목의 영화와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 부분적으로 살펴봤다. 사랑과 이별을 다룬 중국 영화는 영국 BBC에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뜻하고 있었다. 한국 드라마는 대학생 때 첫사랑으로 만나 나중에 재결합으로 ‘함께 함’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서로 만남 후 소감을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십 년 후 쯤 ‘화양연화’ 문집이라도 엮을 수 있으려나.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 함께 함’의 ‘화양연화’로 남은 세월 동행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