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교대에서 회장을 지내기도 한
한국일본교육학회 제148차 동계학술대회가 있었다.
온,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일본 학자는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현장에도 다수의 일본 연구자들도 참석했다.
발표 마지막은 내 퇴임 강연으로 마무리했다.
학회 활동은 25년 간 여러 역할을 맡았다.
그 중 출간위원장(2권)과 회장(2권)으로 집단지성을 모아 공저로
《일본의 지역교육력》, 《일본의 세계시민교육》, 《일본의 재난방지 안전·안심교육》,
《뉴노멀시대 일본교육의 변화와 실제》를 출간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 인간발달학을 공부한 이유와 인간발달 핵심 3가지
최순자(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장)
제가 “정년 퇴임 강연을 한다.”라고 하면 모든 회원님께서 의아해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연구원 운영과 대학 강의 외에 교육재단 보육학 전공 전임교수 역할도 했습니다. 이 재단에서 지난 10월 말에 정년을 맞이했습니다. 이후에도 학회 활동은 하겠지만, 어느 선에서 매듭짓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역사학자의 꿈을 갖고 1980년대 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시기는 제5, 6공화국 군사정권 시대였습니다. 역사학도의 눈에 구조적 사회 문제가 보였습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을 보면서 “본인은 옳다고 여길 저 사고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간발달에서 중요한 시기의 영유아기 발달과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 대학원 과정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조교 겸 시간강사를 할 때였습니다. 1993년에 도쿄에서 개최한 일본몬테소리교육전국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두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첫째는 몬테소리 교육이라는 한 분야만으로 3일간 발표, 토론,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둘째는 30년 전인데 머리가 하얀 노교수를 비롯하여 남성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후 1995년 늦은 나이에 도쿄 유학길에 올라 7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일본어 공부(1급), 국제몬테소리교사 자격증 취득(AMI) 후 발달임상학, 유아심리 등을 공부(국제로터리 장학생)했습니다. 박사논문은 교육심리를 전공하면서, 국제교류기금을 받아 연구원 신분으로 체재하며, <부모의 양육태도와 유아의 사회도덕성 발달: 한국과 일본 비교>를 썼습니다.
30여 년 인간발달에 관해 연구, 교육, 저서를 집필하면서 다음 3가지가 핵심이라 봅니다. 첫째, 영아(0~3세)는 사랑받고 싶은 대상에게 사랑받아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갖는 안정애착’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영아기를 보낸 유아부터는 ‘재양육’으로 영아기에 형성해야 할 안정애착을 그 누군가와 해야 합니다. 셋째,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나 교사, 어른은 어린 시절의 나를 뒤돌아보고 내 안에 있는 어린 시절의 아이가 편안하고 담담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 안에 있는 아이를 ‘내면 아이’라 합니다. 어른이 먼저 이 ‘내면아이’를 보살펴 평안해 진 후 양육을 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 학창시절 품은 화두, ‘모든 아동의 행복과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라는 신념을 갖고, 원 없이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습니다. 또 교사, 원장, 부모, 직장인 등 일반인 대상 강연을 전국적으로 1천 회 이상 했습니다. 한편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외 관련 도서를 30여 권 출간했습니다. 최근에는 교육과 책만 가지고 제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어떻게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메시지를 내는 방법으로 저술 활동은 앞으로도 꾸준히 해갈 것입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함민복).”라는 시와 같은 삶이고자 합니다.
학회와의 인연은 어느덧 25년이 되었습니다. 여러 역할을 맡았습니다만, 출간위원장으로 학회원의 집단지성을 모아 《일본의 지역교육력》, 《일본의 재난방지 안전·안심교육》, 회장 때 《일본의 세계시민교육》, 《뉴노멀시대 일본교육의 변화와 실제》를 출간한 일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한국일본교육학회는 말없이 공유하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저에게 친정 같은 곳입니다. 친정이 바뀌지는 않겠지요? 앞으로도 종종 뵙겠습니다. 그동안 의미 있는 동행 감사합니다.
학회에서 선물해 준 시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