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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Jun 18. 2024

첫 수확물을 보내다

최순자(2024). 첫 수확물을 보내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18.


자연생활 3년째 중 흙의 풍성함에 늘 감탄한다. 작은 씨를 뿌렸는데 튼실한 열매를 맺어주거나, 작은 묘목을 심었는데 수확이 차고 넘친다. 주변 사람들에게 넉넉한 사람이 되어 베풀게 해준다.


지난해 늦가을에 심은 마늘이 씨앗을 땅속에서 키워냈다. 마늘 재배는 처음이다. 토종닭 삶을 때 빠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올여름 해외에서 오실 손님들에게 가마솥에 삶을 때 옆집에서 준 가시오피 나무와 굵은 마늘 몇 개를 넣어 푹 삶을 생각에 기쁘다.


마을 아랫쪽 어르신이 올봄에 비닐에 담은 완두콩을 손에 쥐어 주며 “감자 옆에 심어 놓으세요.”라고 하신다. 하시라는 대로 감자 옆에도 심고 지지대가 될 만한 마늘 옆에도 심었다. 모든 열매가 노랗게 다 익으면 딸 요량이었다. 그런데 옆집 어르신이 보시더니, “아이고 완두콩 따야겠네. 이렇게 노랗게 변해가는 것부터 따는 거예요.”라며 익은 완두콩을 몇 개를 딴다.


감자도 잎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시들해져 간다. 하지 감자라 6월 21일 하지 경에 캐면 되지만 한 줄을 캤다. 제법 큰 녀석도 있고, 아직 작은 크기까지 다양했다. 큰 녀석 두 개를 골라 너무 커서 서 너 조각 내어 쪄서 점심으로 먹었다. 바로 캐서 먹는 감자 맛을 무엇에 비하랴.


공명재 옆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 미나리를 심었는데 이 녀석도 아주 잘 큰다. 삶아서 고추장, 식초 넣은 무침은 매끼 내가 찾는 반찬이다. 미나리 무침을 드신 은퇴교수는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인증 사진을 보내왔다. 미나리 반찬은 질리지가 않는다. 게다가 몸에 좋을거라 생각하면 기쁨이 배가된다. 하기야 산에서 내려온 깨끗한 계곡물에서 자란 녀석이니 무얼 더 말하랴.


꽃상추와 대상추도 몇잎 뜯었다. “시원찮은 이가 고기 먹는다고 뭐라고 할 것 같다.”는 구순 어머니께 보내기 위해서다.


첫 수확물을 택배로 어머니께 보냈다. 금요일에 부쳐 걱정했는데 다행히 토요일 오후에 산책 갔다 왔더니 문 앞에 와 있다는 어머니 전화를 받았다. 완두콩은 찰밥이나 죽을 써서 드실 요량으로 껍질을 까서 냉동실에 넣어두셨단다. 미나리는 충분히 삶아 물기를 짜서 무쳐 드실 거란다. 상추는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 넣었단다.


다음날 재가서비스를 오시는 요양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삶은 감자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네요. 잘 챙겨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같이 드세요. 텃밭에서 난 첫 수확물을 어머니께 보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답했다. 텃밭 첫 수확물을 받아주실 어머니가 계셔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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