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4). 밥 보다 그림을 택한 화가를 보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19.
4월 말부터 지역 기관의 일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한탄강댐 건설로 살던 집과 옥토를 떠난 사람들이 있다. 그중 2개 마을을 책으로 재현시키는 일이다.
그곳에 살았던 주민 23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공동체적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등 10여 개 내용을 묻고 대답을 들었다. 이후 정리, 원고작성, 편집 등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다. 마을과 사람들이 잘 재현되길 기도하는 마음이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줄 화가와 현장 답사를 다니기도 했다. 식사할 때 보니 그가 왼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했다. “왼손잡이시네요.”라고 했더니 “아니요,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식사할 때만이라도 오른손을 쉬게 해주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왼손으로 식사했어요.” “칫솔질도 왼손으로 하는데, 지금은 왼손이 더 편해요.”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림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는 것보다 그림을 더 사랑하는 화가와 이주마을 기록 작업을 같이 할 수 있어 기쁘기도 했다. 한편 ‘내가 밥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여기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엄혹한 시대,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민주사회를 갈망하며 공익을 위해 ‘이대로 죽어도 좋다.’라며 목숨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학창시절은 민주, 자유, 평등 등이 밥보다 내가 더 가치를 두는 일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글과 책쓰기에 비중을 두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화가가 밥보다 선택한 그림만큼은 아닐지 모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