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가난

by 최순자

雲山 최순자(2024). 장마와 가난.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30.

KakaoTalk_20240730_062101118.jpg


“비가 많이 와서 연락했어요. 비 피해는 없으세요?” “응, 잘 지내지?” “네, 그런데 장마 때는 일을 못 해요.” “이번 기회에 먹고 싶은 것 먹고 푹 쉬어.” “먹을 돈이 없어 못 먹어요. 사장한테 연락해 봤더니 내일도 비가 와서 일을 쉬어야 한다고 하네요.”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과 나눈 대화다. 입시 준비하는 큰아이를 포함해 세 아이 뒷바라지로 늘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먹을 돈이 없다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나름으로 받는 이의 심정을 헤아려, 나중에 시간 되면 일로 도와달라고 하고 하루 일당 17만 원이라기에 조금 더 얹어서 보냈다. 중학생 막내도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 간다기에 마음을 보냈다. 아이들과 어렵게 산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야말로 하루살이로 사는 모습을 직면했다.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폭염 때도 야외에서 일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때도 같은 금액을 받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느 어르신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몇 년 전에 돌아가신 남편 얘기를 꺼냈다. “남편은 건설 현장 철근 일을 했어요. 그런데 1년에 6개월 정도밖에 일을 못 해요. 여름 장마 때와 한겨울에 추울 때는 일을 못 해서요.” “그러다 보니 세 아이와 늘 빠듯하게 지냈죠.”라고 했다.


기후위기 시대다. 자연에 살다 보니 날씨에 더욱 민감하다. 새삼 올여름을 지내면서, ‘장마가 이렇게 길었던가?’ ‘천둥, 번개가 이렇게 많았던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곳곳에서 집중호우, 폭염, 폭설 등이 자주 전해진다. 기후위기는 산업생산을 많이 해온 자본가와 소비를 많이 한 부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 그런데 고통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짊어져야 하는 정의롭지 못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문제는 개인이 풀기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이다. 국제기구가 앞장서고,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사회복지 전문가인 주은선 교수는 “상태와 복지의 패러다임 변화 없이 가난한 사람부터 기후위기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한다면, 결국 그 고통은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며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폭염과 가난, 경향신문 2024. 7. 30).”라고 했다.


앞 사례처럼 집중호우, 폭설 등으로 일을 못 해 생계에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최저생활비’를 주는 정책을 세웠으면 한다. 기후위기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생태적 복지정책을 기대한다. 모두의 고통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작가의 이전글세상을 떠난 친구를 보내는 이의 모습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