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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Jul 05. 2024

세상을 떠난 친구를 보내는 이의 모습을 보고

雲山 최순자(2024). 세상을 떠난 친구를 보내는 이의 모습을 보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5.     


60대 중반의 마을 주민이 별세했다. 마을 분들과 조문하러 갔다. 상주들은 고인 앞 한쪽에 쭉 줄을 서 있었다. 장례식장에 가면 만나는 장면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풍경이 하나 있었다. 고인과 닮은 분이 먼저 일행을 맞아 주셨다. 상주와 맞절이 끝나고 나자 “마을 분들이다.”라고 상주들에게 우리를 소개한다.     


저녁때여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 고인의 아내와 딸을 별도로 만나 인사 나눴다. 딸에게는 지난해 고인의 생애사를 엮어 드리며 들었던 얘기를 전했다. “딸이 반장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 해줘서 미안했다.” “아르바이트하며 대학에 다닌 딸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자 딸도 “마지막에 저에게도 미안하다고 하셨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신발을 신고 나오자 또 맞이했던 그분이 “다음에 마을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고인과 닮았기에 “형님이세요?”라고 물었다. “어렸을 적부터 같이 자란 친구예요.”라고 한다. 일행들도 그분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들은 바대로 전하자 “얼굴이 김00 씨랑 닮았네. 친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일이네.”라고 한다.      


어떻게 우리가 마을 사람들인지 알았고, 그렇게 편안한 얼굴로 맞이하고 배웅할 수 있을까. 죽마고우를 떠나보낸 친구 마음은 우리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아플 것이다. 그 아픔을 뒤로 하고 고인이 되어 조문객을 일일이 맞이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떠올리게 했다. 고인의 친구는 시 속의 ‘그 사람’ 모습이었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중략)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생략)     


친구를 생각해 본다.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했던 친구, 301일 동안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하면서 접었다며 생일 선물로 종이학을 건네주던 친구, 나이 들어 아프면 옆에 있어 주겠다는 친구가 있다. 지금도 같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해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고 있는가. 어떤 상황에도 친구 편이 되어 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이가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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