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만난 접경지역 풍경>
雲山 최순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 공명재학당. 2025. 3. 8.
새벽에 일어나 서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9시 지나 “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계속 이어서 “쿵~ 쿵~ 쿵” 30초 간격으로 소리가 난다. 앞산 너머에서 포 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산이 높아 날아오지는 않는다고들 하나 듣고 싶은 소리는 아니다. “저 포 한 발에 얼마일까?” 비용이 걱정 되고, “뭇 생명들은 저 소리에 놀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린다.
경칩 다음 날은 25킬로 떨어진 곳에서 공군 조종사가 훈련 중 좌표를 잘못 입력해 마을에 전쟁 난 듯 포탄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주민과 군인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같은 시인데도 그 어디서도 재난 문자 하나 없다.
멀리서 친구와 지인 교수가 “괜찮지?”라며 전화가 왔다. 군에 있는 조카는 “별일 없으시죠? 군에서 가족이나 친지 중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라고 했어요.”라며 전화가 왔다. 참으로 이해 안 된다. 그는 공군도 아니고 육군이다. 군보다 행정기관 차원에서 연락망을 통해 취합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고, 그게 맞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 기회에 민간인이 사는 마을 근처에 있는 훈련장 등 군 관련 시설은 사람이 가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이전하면 안 될까? 규모도 축소하고. 서로를 믿지 못하고 병기를 사고, 그걸로 훈련하고, 그러다 다치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마음이 편치 않다.
접경 지역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에게 걱정된다고 했더니 “죽을 때가 되면 다 죽는다.”라며 담담히 받아들인다. 포 소리와 사고는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내가, 멋진 산세를 찾아온 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풍경이다.
이용하는 기차역에서는 이른 아침이면 휴가 나가는 군인들을 많이 만난다. 군복이 다르기에 “근처에 몇 사단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5사단과 28사단이요.”라고 알려준다. 포 사고와는 사뭇 다른 들뜬 목소리의 군인은 가장 먼저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