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한 번도 안 한 브랜드가 대기업에 팔렸습니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를 매각한 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직원은 1명. 큰 매출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쇼핑에서 재구매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뷰티 카테고리는 1회성 구매가 많은 채널인데, 이 브랜드는 달랐습니다.
대표는 제품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큐텐 입점부터 MoCRA 인증까지 직접 했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단단하게 운영되는 브랜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시점에 대기업에서 딜이 들어왔습니다.
조건은 전체 지분 인수 후 일정 기간 근무. 자유가 침해되는 게 싫어서 한 번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매수자 쪽에서 다시 요청이 왔습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딜은 팔지 말지 고민하는 시기에 성사됩니다. 아쉽지 않아야 끌려다니지 않습니다.
마케팅을 안 한 게 오히려 강점이었습니다.
제품력에 집중했기 때문에 재구매율이 높았습니다. 카카오에서 고객이 알아서 다시 사는 제품. 그건 제품력이 검증됐다는 뜻입니다.
재구매가 안정적이니까 수요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마케팅으로 트래픽을 끌어오는 브랜드는 수요 변동이 크고, 재고 리스크가 따라옵니다. 이 브랜드는 그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직원 1명. 가벼운 구조. MoCRA 인증까지 직접 해둔 해외 진출 준비. 매수자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는 낮고, 성장 여력은 충분한 브랜드였습니다.
100개 넘는 브랜드를 만났지만, 재구매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또 한 분의 대표를 만났습니다.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100만 명 넘게 이용하던 뷰티 플랫폼을 운영했던 분입니다. 화해, 파우더룸과 함께 3대 뷰티 플랫폼으로 꼽힐 정도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로 전환. 현재 메이크업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제품만 70~80가지. 매달 신제품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IT 대기업 출신인 아내가 합류하면서 타겟 고객에 맞는 제품 디테일 수준이 높아졌고, 일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 분들과 대화하면서 메이크업 카테고리의 현실을 배웠습니다.
샘플 확정 과정부터 SKU가 많고, 부자재는 비싸고, 박리다매가 필수입니다. 기초 제품 대비 투자비가 훨씬 많이 듭니다.
최근 기초 제품을 시작하면서 "참 편했다"고 하더라고요. 메이크업의 복잡함을 경험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핵심 제품군인 헤어픽서로 미국 시장을 두드렸습니다. 직접 운영할 때는 매출도,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마존 전문 회사에 운영을 넘기자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비슷한 패턴을 여러 번 봤습니다.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할 때 성과가 나옵니다. 해외 채널은 특히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 브랜드에는 아마존 리뷰 1,400여 개라는 자산이 있습니다. 어뷰징이 거의 불가능한 아마존에서 쌓은 리뷰.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입니다.
똑똑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분들입니다. 운과 타이밍이 따라주지 않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일본에서 점점 더 잘되고 있고, 픽서 아이템으로 미국 시장을 다시 두드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분들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난 두 대표는 규모도, 방향도 달랐습니다.
한 분은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를 만들어 엑시트했고, 한 분은 70가지 넘는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둘 다 제품에 진심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많은 브랜드를 만나보면 마케팅을 잘하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제품에 진심인 브랜드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결국 오래 가는 건 후자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대표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