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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1) 난 어떻게 걷고 있을까?

올바른 체형이란?(5)

by PT 조

내 걸음걸이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치료사가 되기 전까지는 보행에 대해서 신경을 써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보행에 대해서 매우 강조한다. 성인일수록 정상적인 보행으로 걷도록 권장하며 운동보다 보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치료사가 되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병원에 근무할 때는 뇌졸중 환자들의 보행 분석을 했었다. 뇌졸중 환자는 휘둘림 보행을 많이 사용한다. 휘둘림 보행이란 원을 그리듯이 다리를 돌리면서 걷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환자가 아닌 보통 사람 중에서도 휘둘림 보행 패턴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릎이 뒤로 빠지면서 걷는 보행, 안짱다리로 걷는 보행, O, X 다리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뇌졸중 환자들은 뇌손상에서 기인한 신체 마비 때문에 보행이 바뀐 것이지만 일반사람들의 보행은 왜 모두 다른가?


사람은 태어나서 4세까지는 안짱다리가 정상이다. 그리고 정상 보행으로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자녀의 안짱다리로 고민이 많아서 병원에 가보신 분도 있을 것이며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정상 보행으로 돌아오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부모가 된 입장에서는 무척 답답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태아가 자궁에 있는 자세를 떠올려보라.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태아가 취하는 자세로 인해 우리는 종아리뼈 자체가 약간 안쪽으로 틀어져서 태어난다. 그리고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사람마다 발달의 속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그러한 차이점은 큰 차이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늦은 발달로 인하여 보행에 불안정성을 느끼고 안짱다리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정상적으로 발달하였지만 주변 환경에 의하여 체형이 바뀔 수도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좌식 생활로 인해 다리 모양이 변할 수 있다. 발달이 조금 늦더라도 이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부터 사람마다 각자 다른 환경과 생활 차이로 인해 체형과 보행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 환경에 맞추어 근육도 다르게 발달한다. 이렇게 조금씩 영향을 받은 체형은 간이 지나 성인이 되었을 때 매우 큰 변화로 나타난다. 무릎, 발목, 허리 등 체형의 변화에 따라 점점 과사용하는 관절이 생길 것이고, 그 관절에는 통증이 생길 것이다. 혹시 스쾃을 해보았는가? 무거운 무게를 들고 스쾃을 해보자. 힘을 쓰기 위해 다리가 자연스럽게 모일 것이다. 허벅지 안쪽 근육인 내전근은 다리를 안쪽으로 모아주는 근육이지만 고중량의 무게를 들 거나 힘을 많이 사용할 때는 고관절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협력근으로 사용된다. 아동은 두 발로 걷는 보행에 적응하기까지는 체중을 지지하는 힘이 부족하여 다리의 내전근을 많이 사용할 것이다. 대부분 자연스러운 신체 발달에 따라 정상 보행으로 변화하지만, 발달 속도가 늦어서 안짱다리 보행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어버린 아이는 다를 것이다.


Bodyschema(바디스케마) - 우리는 눈을 감아도 나의 신체가 어디에 있는지 내 몸에 들어오는 감각은 어떠한지 모두 느낄 수 있다.


성장기는 이러한 바디스케마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뇌에 우리의 몸을 인식시키는 과정이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하얀색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다면 내가 무엇을 그리든지 잘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그것을 지우고 다시 그리거나, 두 가지가 섞여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다. 우리의 신체를 좀 더 바른 자세로 뇌에 그려준다면,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질환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인이 아동보다 체형 교정이 더 힘든 이유는 이미 형성된 바디스케마를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하는 수정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 질환 치료 방법 중 무릎관절인공치환술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무릎의 연골이 닳아서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그런데 무릎의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져서 수술하는 케이스는 극소수다. 대부분 무릎의 안쪽 또는 바깥쪽, 뒤쪽 등 이렇게 한쪽 부분이 닳아서 통증을 느끼고 수술을 한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체형 불균형과 잘못된 보행으로 무릎관절염이 나타났을 경우가 매우 크다. 안짱다리가 지속되어 X자 다리 형태로 보행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무릎 관절의 변형으로 연골이 한쪽만 심하게 닳게 되어 통증을 느낄 것이다. 또한 한쪽 무릎의 인공관절수술 이후를 생각해 보자. 이미 양쪽 모두 무릎이 약해진 상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수술 후 재활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수술 이후 통증으로 인해 반대쪽 다리로만 체중 지지가 일어나게 되고 한쪽으로의 체중이 쏠려 수술하지 않은 쪽의 다리의 무릎 연골도 닳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한 번 더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보행은 매우 중요하다.


30대 여성 D가 허리 통증에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체형센터로 상담을 왔다.

그는 오랫동안 통증을 느껴와서 그런지 매우 예민한 듯 보였고, 병원을 오랫동안 다녀서 허리 통증에 지식도 상당히 많았다. 아주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D: 허리 아픈 지 오래되었어요. 검사해 봐도 큰 문제는 없다고 그런데 자꾸 아파요. 도수치료도 받고 추나요법도 받아봤는데요. 받고 나면 그때는 괜찮은데 하루 이틀 지나면 또 아파요. 그래서 한번 찾아와 보았는데, 통증이 있어도 운동 가능한가요?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시면 병원 치료와 병행하시는 게 좋아요.


D: 병원 다니다가 효과가 없어서 지금은 그냥 마사지받고 있어요. 도수치료나 마사지나 뭐가 다른가요?


다르죠. 마사지는 근육 전체를 풀어주는 것이고요. 도수치료는 치료인데요.


D: 어차피 도수치료도 마사지 같던데요. 그냥 샵에서 전체 마사지받는 게 더 시원하고 좋아요.


근육이 뭉쳐서 짧아진 곳에 마사지받으면 좋죠. 그런데 근육이 늘어나고 약해진 부위는요? 마사지만 받는다고 좋아질까요? 오히려 안 좋아질 수도 있죠.


D: 근데 치료받아도 그냥 그 순간뿐이라서 잘 모르겠어요.


음, 일단 자세 평가 좀 해볼까요? 이쪽으로 오시죠.


D: 네.


자리를 잠시 이동하는 D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의 걸음걸이를 보고 보행 분석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D에게 걸음걸이부터 잠시 보자고 했다. 그는 다리를 교차시키며 선을 따라 걷듯이 발은 11자를 유지하면서 걸었고 골반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서 걸었다. 걸음을 보고 평소에 어떤 신발을 자주 신는지 물어봤다.


D: 저 구두 자주 신어요. 그런데 굽은 별로 높은 거 안 신어요.


걸음걸이를 바꾸어야겠는데요. 치료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던 이유가 보행 때문인 것 같습니다.


D: 걷는 게 왜요? 저 일부로 발도 일자로 예쁘게 걸으려고 노력하는데요?


그게 더 문제가 된 거 같아요. 둔부가 뒤로 빠지면서 좌우로 너무 움직임이 크네요. 발도 너무 11자로 걸으시네요.


D: 발은 일부로 11자로 걷는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그럼, 뭐, 팔자로 걸으라는 건가요?


11자로 걷기에는 골반이 너무 흔들려요. 안정화 운동을 통해서 근력을 키우셔야 하는데 통증이 심하시니 운동을 많이 들어갈 수도 없어요. 걸음걸이부터 바꾸는 게 먼저인 듯싶은데요.


D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D: 저 옛날에 팔자로 걷지 말라고 해서 이렇게 바꾼 건데요


11자 보행이 문제라기보다 선을 따라 걷듯이 다리를 너무 모아서 걷네요.


D: 일부로 이렇게 걷는 건데... 다리를 벌리고 걸으란 건가요? 다리 벌리고 걸으면 너무 이상한데.

일부로 11자로 걷지 마시고 팔자로 걸어도 되니깐 편하게 걸으시고 다리 보폭도 편안한 자세로 바꾸어볼까요?


D는 보행을 바꾸어 걸으면서 "와... 너무 이상한데"라고 중얼거렸다.

너무 팔자 보행같이 느껴지시나요?


D : 네. 이건 너무 이상한데요


그럼 거울을 보고 걸어보세요.


D : 어? 생각보다 이상하진 않네요.

KakaoTalk_20241013_184731003_09.jpg 참고사진 : 11자 보행 - 정상보행


KakaoTalk_20241013_184731003_07.jpg 참고사진 : V자 보행 - 정상보행


눈에 찍힌 발자국을 떠올려보세요. 11자로 찍힌 발자국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살짝 벌어져 있죠. 일자로 찍히지 않죠. 오랫동안 잘못된 보행으로 뇌에서 인식되어 팔자 보행처럼 느끼겠지만, 아니에요. 잘못 인식된 겁니다. 거울을 믿고 보행을 바꿔보시죠.


D는 거울로 확인하고는 이해한 듯 보행 연습을 지속해 나갔다.


이제 골반도 흔들리지 않게 배꼽을 안으로 넣는다 생각하고 항문에도 힘을 살짝 줄까요?


D : 네, 선생님. 확실히 골반 흔들림이 줄어드네요.


KakaoTalk_20241013_184731003.jpg 참고사진 - 골반의 흔들림
KakaoTalk_20241013_184731003_01.jpg 참고사진 - 골반의 흔들림이 감소됨


5분 정도 힘을 주어서 교정된 보행으로 걸으시고 다음은 몸에 힘을 빼시고 머리로 상상만 하면서 걸어보세요. 상상만 하셔도 이전처럼 보행이 완전히 바뀌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힘을 주고 연습하고 힘을 빼고 연습하고 반복해서 내 머리에 변화된 몸을 기억하게 해야 합니다.

D는 병원에서 치료와 보행 연습을 병행하였고 통증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통증 없이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11자 보행도 11자에서 앞발이 5도가량 벌어져도 정상 보행이다. 좌우 보폭은 5에서 10센티까지 정상 보행이다. D에게 발 모양을 V자 형태로 조금 변형을 준 것은 11자로 보행할 시 골반의 흔들림이 너무 크고 허리통증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발이 지면에 닿는 면적을 넓혀 골반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보행 또한 체형에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올바른 보행이란 무엇인가?


물리치료학에선 보행분석에 대해선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치료사처럼 보행분석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일반사람들이 보행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큰 거울이다. 거울 앞에서 걸어보자.


보행의 시작은 뒤꿈치 닿기이다. 뒤꿈치가 바닥에 닿고 나서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무릎이 미세하게 구부려진다. 그리고 뒷발의 뒤꿈치가 들리면서 앞발에 체중이 실리면 무릎이 다시 펴질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릎을 펴는 것이 아니다. 체중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무릎이 펴지는 것이다. 엉덩이 근육의 수축으로 체중이 전방으로 잘 이동하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리의 정렬을 11자 정렬로 맞추어라. 체중을 지지할 때 무릎이 안쪽으로 들어가는지 뒤쪽으로 밀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다리의 11자 정렬을 잘 유지해야 한다. 만약 정렬이 흐트러진 모습이 확인되었다면 체간에 힘을 주고 정렬이 틀어지지 않도록 연습하라. 그리고 정렬을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힘을 주었던 부분에 힘을 빼고 다시 연습해 보자. 이 과정을 몸이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이전에 언급했던 바디스케마를 믿고 진행하자. 분명히 변화는 나타날 것이다. 보행에 에너지를 모두 쏟을 수 없다. 그렇기에 힘을 주어 연습하는 단계, 힘을 빼고도 자세를 유지하는 단계 두 가지를 연습한다. 연습을 통해 보다 나의 신체 관절에 안전한 걸음으로 변화시키자.


옆모습 또한 중요하다. 큰 거울이 보일 때마다 나의 걸음걸이 옆모습을 확인해 보자. 우리는 앞으로 걷고 있다. 그러나 엉덩이는 뒤로 빠지고 상체만 전방을 향해 걷고 있는지 체크해 보자. 보행 분석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심도 있는 분야이고 전문가들 또한 어려워한다. 하지만 거울을 통한 앞모습과 옆모습 관찰은 전문가 수준의 보행 분석을 거치지 않고도 최대한 올바른 정렬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성인의 경우 이렇게 거울을 통한 학습과 스스로 학습을 통한 바디스케마의 수정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아동들은 그렇지 않다. 바디스케마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이다. 소중한 자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앞선 글에서 언급해 왔던 감각신경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직립보행을 한다. 보행에서 바닥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은 발바닥이다. 발바닥의 감각신경을 살려준다면 자녀의 보행을 변화시킬 수 있다. 4세 이전의 아동은 안짱다리 보행이 이루어진다. 안짱다리 보행은 발의 내(內)측 부위에 체중이 많이 실린다. 보행은 한 발 서기의 연속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의 교차가 이루어진다. 한 발로 지지하려면 체중 외측 이동이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아동의 경우 발의 외측부 즉 새끼발가락 쪽으로 감각을 넣어준다면 체중의 외측 이동이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성인 또한 마찬가지다. X자 형태의 보행을 가진 사람이라면 따라 해 보자.


눈을 감고 한 발로 섰을 때 내가 몇 초 동안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안전하게 서있을 수 있는지 체크해 보자. 그리고 지지하는 발의 외측부 새끼발가락 쪽과 체중 지지의 첫 단계인 뒤꿈치 부분에 감각을 넣어보자. 감각을 입력할 부위를 손으로 누르고, 찌르고, 긁고 움직여보자. 한 가지의 감각만 입력할 경우 신체는 곧 적응해 버린다. 다양한 감각의 입력으로 변화를 주어라. 그리고 다시 한번 눈을 감고 한발 서기 테스트를 해보아라.


미세할 수 있지만 분명히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아동의 경우 감각 입력 후 걷는다면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보행 패턴을 나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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