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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May 25. 2019

워킹맘의 딸은 워킹맘이 될 수 있을까

오버랩이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다.


자기의 어린시절과, 자기아이의 어린시절이 겹쳐지고 덧대어져 보이는 경험 말이다.

그러니 전업맘의 딸과 워킹맘의 딸이 미래에 그리는 선택지가 꼭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80년대 생 아이들이 가졌던 일하는 엄마라고 하면

어딘가로 정시에 출퇴근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기 보다

가게를 하며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네에서 문방구, 비디오가게, 미용실 등을 운영하며

아이가 수시로 엄마 가게를 드나들 수 있는 상황 말이다.


일하지만, 눈에 보이는 엄마였을 것이다.


사실, 일하는, 눈에 보이는 엄마는 산업사회 이전에도 있었다.

10% 미만의 양반집 마나님들을 제외하고는

90%의 평민들은 밭일이건, 부엌일이건, 바느질이건 하루종일 일하는 여성들이었고,

또 동시에 아이들의 눈 앞에 존재하는 엄마들이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엄마란 항상 일하는 존재였을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여성들의 소위 '사회진출'이 활발해졌고,

집 근처 동네 어귀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떠나야 하는

소위 고정적인 출퇴근을 하는 진짜 워킹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엄마들이 늘어난 것이다.

엄마가 일을 하는지 뭘 하는지는 일단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의 눈에는 엄마의 실체가 보이지 않으니.


엄마가 있다없다 하니 아이들은 분리불안이란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정서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정서란 감정과 기분의 전반적인, 연속적인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워킹맘의 육아를 돕는 컨텐츠들이 홍수를 이룬다.

워킹맘들이 자전적으로 써내려가는 에세이들로부터,

정부기관이나 학계, 또 여러종류의 전문가들이 워킹맘들이 육아와 일을 어떻게 병행하면 좋은지

팁과 정신무장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충고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재단된 아이의 감정과 정서에 대해

너무나도 자신있게 써내려가는 글들과 컨텐츠들을 보면

언제나 '아이'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워킹맘 엄마가 이렇게이렇게 하니까 아이가 어떻게 되더라.

워킹맘 엄마가 어떻게어떻게 하니까 아이가 어떻게 변하더라.


아무리 자세하게 관찰했다 해도 어디까지나 '관찰'이다.

겉으로 문제행동이 보이지 않으면 '문제 없음'으로 빠르고 간결한 결론을 내린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 엄마가 일을 관둬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경우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맞벌이로의 지향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란 가치 역시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그만큼 확실해지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이 소중한 가치가 영원히 지켜질 수 있으려면

워킹맘 딸이 다시 워킹맘이 되는 확실한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업맘의 딸이 워킹맘이 되어보는 한 세대만의 시대적 전유물이 아니라

워킹맘의 딸이 자연스럽게 워킹맘이 되고, 또 그 딸이 워킹맘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워킹맘의 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표본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동네에서 가게를 꾸리던 워킹맘의 딸들이 아닌,

과거부터 출퇴근을 해오던, 공무원, 교사, 교수, 소수의 디자이너,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 등등

워킹맘에 대한 정책은 워킹맘의 아이들로부터 나와야 한다. 엄마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혼자 일하기 편한 사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녀들이 다음 세대에 다시 워킹맘이 될 수 있는 동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기 엄마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자긴 결혼을 안하겠다는 아이들, 결혼을 해도 애는 안낳겠다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워킹맘의 딸이 워킹맘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는 우리가 봐드릴테니

저녁 7시까지 실컷 일하다 오세요. 가 아니라

10세 미만 아이가 있는 집 부모들은 오후 4시 이전 퇴근을 할 수 있게 7시에 출근하던가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

승진이 중요하고 사회발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구가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최근에야 조금씩 번지고 있다.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구가 유지되지 못하면 다 소용 없다.


내 인생 후회없이 산 대신 내 대가 내 자식에서 끊기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필요하다.

부모와의 시간이 필요하다.


비혼이 당당하고 딩크가 칭송받는 사회.

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시간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쓸 시간이 없기에 딩크가 되고 비혼이 되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이 숙제를. 이 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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