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후로 한국이 정말 심각하게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이러다 우리나라 골로가는 것 아닌가하는 불길한 예감이 매일매일 휘몰아치는 것을 느낀다.
부정부패, 비리, 부동산 등 표면적으로 누구나 지적할 수 있는 그런 문제들 말고,
수면 아래에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좀먹는 악성종양들 3가지 정도를 떠올려보았는데
바로 최저시급, 배민, 샤인머스캣 3가지다.
개인적인 추론이니 너무 심각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고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네? 정도로 가볍게 읽어보시라고 미리 부탁드린다.
1) 최저시급
최저시급 문제가 표면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고, 고용불안정을 가지고 왔으며, 물가를 상승시켜서 우리나라를 힘들게 만든 것과 동시에,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병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개개인이 가진 시간이라는 자원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 과잉된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파트타임 알바 한번 해본적 없는 무경력 20-30년차 전업주부들도
'내 시간 당 노동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만 줄 아냐~'란 생각을 거침없이 말로 내뱉으며, '일을 하지 않으려는 상태'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한다. 무슨 말이냐면, 자신이 시간을 들여 노동을 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아야 되는데, 기대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이를 손해로 인지하는 사고구조가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경력 사회초년생의 사회최초 알바 시도에 있어서도, 뭔가를 열심히 배워서 성실하게 근무하여 이 업장에 도움이 되고, 그 도움이 다시 자신의 월급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구조는 시나브로 이 땅에서 사라져버렸다.
노동이란건 고용상태의 노동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노동, 자기사업을 스스로 영위하기 위해 하는 노동 등 사실 매우 폭넓고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헌데, 최저시급을 무리하게 성급하게 올려버림으로 해서, 사람들은 '시간=돈'이라는 공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고용상태의 노동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노동에까지 '돈으로 환산'하는 가치관이 널리 퍼지게 되었고, 제값을 제대로 못받게 되는 노동은 오히려 '손해'라는 피해의식마저 파생시켜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방어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사고에까지 닿게 된 것 같다. 집안일, 가족끼리 품앗이 하던 돌봄노동 같은 것들이 대표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다.
과거에는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전 '교육'기간에 대한 시간은 급여지급대상이 아닌 것으로 으레 '생각'을 해왔다. 실제 법이 교육기간에 교육에 참여한 것도 급여지급대상이 맞는 것과 별개로, 사람들 의식은 그런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진짜 일을 해야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상당히 동양적이고 양심적인 사고방식에 의거한 의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노동시장은 '겸손'을 상실했다. 노동생산성과 실질적 기여, 성실에 대한 가치보다는 자신이 시간을 얼마나 썼냐에만 관심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실제 노동을 했든 안했든, 열심히 했든 놀았든, 대충 했든 최선을 다했든 그런 것들은 이제 중요치 않다. 얼마나 시간을 때웠냐만이 논점으로 남았다.
이런 인식의 병폐가 사회를 함께 병들게 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2) 배민
최저시급 상승과 더불어 대한민국 정신세계를 2중, 3중으로 파괴한 원흉이 있었으니 바로 배민. 정확히 말하자면 지나친 라이더 급여. 라이더 수당이 너무 부풀려지다보니, 이건 뭐 정상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최저시급 이상을 받고 근무하시는 분들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심각하게 느끼게 되어버리는 상황. 열심히 노력해봤자 돌아오는 건 무조건 라이더보다 못한 내 월급. 자신의 현재 위치와 월급, 소득, 자산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된 국민들. 미래를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도 멈추고 뒤돌아보게 만들어버리는 라이더의 고수익구조는 대한민국에서 성장과 발전이라는 키워드를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정서를 추하게 망가뜨려버렸다.
이제 앞으로 누가, 왜, 뭘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싶을까? 어.차.피 라이더보다 못벌텐데? 자기가 관두지 않는 한 고용안정성도 보장되는데?
3) 샤인머스캣
최근 우리나라에서 물가가 오른 주요 원인으로 원자재 상승과 인건비 상승도 있지만 샤인머스캣도 대활약을 했다고 본다. 실제로 원가와 인건비와 상관없는 품목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바로 그것이 샤인머스캣 효과 때문이 되시겠다.
별 것도 아닌 과일 한 품종이 지나친 고가로 대한민국을 길게도 휩쓸었다. 이 풍조에 너무 길게 노출되다보니 사람들 인식 속에 '고가여도 괜찮아'란 도식 하나가 어렴풋이 만들어진 것 같다. 바로 판매자들 인식 말이다.
샤인머스캣도 저정도 받는데, 우리 제품도 저정도 받아도 되는거 아닐까? 하며 너도나도 가격을 올려받기 시작한 산업이 바로 과일업계. 과일업계 하나가 그렇게 되면 유사 식품 업계가 슬슬 가격을 올리게 되고, 먹거리 물가가 다 같이 오르면 요식업, 서비스업 줄줄이 가격을 올린다. 실제 원가가 상승해서 올리는 경우 반, 남들이 올리니까 따라 올리는 경우가 반 정도 되어 보인다.
유사한 사례가 샤인머스캣 이전, 천연발효빵 시장에도 불어닥쳤다. 어느순간부터 동네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가게가 하나둘씩 오픈하기 시작했는데, 하나같이 천연발효빵을 내건 개인브랜드들이다. 베이킹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천연발효종은 한번 잘 배양시켜놓으면 지가 스스로 자연발효를 계속 해나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원가가 들지 않는다. 무제한 배양 시스템으로 원가는 오히려 낮아지는 구조인데, 천연발효빵은 기존빵보다 2배 이상의 값을 받는다. 만들기 어려워서라는데, 물론 만들기 어려운 것 맞다. 그런데 원래 빵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천연발효빵만 만들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원래 발효빵 자체가 만들기 어렵다. 비슷한 예로 마카롱이 있다. 마카롱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비싸게 받는다는데, 사실 다른 디저트류도 다 만들기 기 어렵다. 개인이 하나씩 집에서 만들려고 하면 마카롱, 천연발효빵, 기본 쿠키 조차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대량으로 만들고 자기 업으로 삼으면 개인이 집에서 하나두개 만드는 것보다는 효율이 생긴다. 그리고 숙련에 의한 쉬워짐이라는 이점 또한 분명히 발생한다. 기존에 파리바게트에서 저렴하게 사먹던 빵들에 비해 유난히 만들기 어렵고 복잡한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급기야 파리바게트도 가격인상 레이스에 슬쩍 마지막 주자로 들어왔다. 그들 입장에서는 '동네빵집도 가격을 이렇게 받는데, 품질관리 철저하고 대규모 인력관리를 위해 인건비 상승 여파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우리가 계속 싸게 받을 이유는 없잖아?'란 킹리적 결론에 귀결한 것이 아닐까. 파리바게트 입장에서도 천연발효종 빵,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말이다.
어쩄던 나는 이런 현상을 가격도미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천연발효빵 현상은 빵시장에서만 출렁였던 물결이었다면 샤인머스캣 현상은 전체 산업으로 쓰나미를 일으킨 원흉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럴 때 뭐 하나가 내려가야 되는데, 이젠 아무도 내려갈 수가 없다. 여러가지 악순화 구조가 맞물리고 떡져서 물가가 다시 내려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갑자기 사람들이 단체로 착해지면 몰라도.
북한에 개성공단같은거 만개 정도 만들지 않는 한 이 난국은 쉽게 타개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