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제니 Apr 25. 2023

프리미엄 제품이 정말 잘 팔릴까

사람들이 가격에 대해 착각하는 것

장사가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사장들 모임에서 반드시 누군가는 이런 말을 꺼낸다


'프리미엄 시장으로 가야 한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시장이 양극화된다며, 프리미엄 제품은 없어서 못 팔고 중간 제품은 사라지며 고가 아니면 저가 제품만 팔린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맞는 말이다.

시장엔 분명히 성공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있고, 그 브랜드들 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것도 맞다.

그렇다면 나머지 들러리들은 어떤 속사정을 가지고 있을까?


모두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만 높여 받는다고 프리미엄이 되는 것일까?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려면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디자인/유통/CS/배송/교환반품/패키지/브랜드스토리/품질/성능 등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을 진실로 프리미엄처럼 구조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디자인과 성능 몇 개로 프리미엄임을 '표방'하려고 하는 브랜드는

생명이 오래가지 못한다.

반짝 떴다가 곧 시들해진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디자인 하나로 프리미엄을 표방하고 반짝 매출을 일으킨 경우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경우 그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보통

또 다른 반짝 브랜드로 매우 쉽게 이동한다.

유사 프리미엄 군 브랜드 역시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제품에 영혼이 없었기 때문에 유사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이동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일이 하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면 진짜 좋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직접 되어본 분들이 계실까?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면 일단 매출성장에는 상한선이 있다는 사실을 깔고 시작해야 한다.

비싸기 때문이다.

때문에 내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 사이즈가 줄어든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한정판매 방식을 자주 택하는 이유는 마케팅 기법이어 서기도 하지만 실제로 많이 팔 자신이 없어서기도 하다. 수요층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내 잠재고객이 될 수 없다.

즉, 제품 가격이 높으므로 매출 금액은 키울 수 있으나 매출 수량을 늘릴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내 제품을 구매하고 경험하고 체험해 본 고객들의 모수가 커지기 어렵다.

결국 유명브랜드가 될 수 없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어간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내 제품을 경험한 사람의 모수가 많아져야 하는데 내 제품이 비싸서 내 제품의 도달률이 성장하기 어렵다.

그러려면 나 스스로 유명해져야 한다.

결국 광고를 해야 한다.

네이버 키워드 광고 같은 광고가 아니라 ATL 광고를 태워야 한다.

그래야 유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같은 규모다.

돈 없는 사람들에게 내 유명세가 닿아봤자 내 제품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위소득자 그룹에게 내 제품을 반복구매 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테이스트가 자주 바뀐다.

제품개발을 계속하지 않으면 그들의 테이스트에 맞는 제품을 계속 공급할 수 없다.

내 제품군이 소비재가 아니라면 더더욱 추가 매출발생은 어렵다.


결국 수많은 프리미엄 표방 브랜드들이 한철장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굳건했던 실제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대기업들의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망하고 흥하고를 반복하는데,

한낱 개인사업자가, 한낱 스타트업의 브랜드가 섣불리 프리미엄이 되고자 각을 잡았다면

그 뒷단에 감당해야 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끝없는 제품개발, 디자인 개발, 이를 위한 고급인력에 투자해야 하는 인건비 감당,

고객 응대에 뒤따르는 인건비 감당, 끝없는 경쟁사들의 탄생, 타사 제품과 내 제품을 꼼꼼하게 비교해 대는 고객들의 리뷰 콘텐츠들에 대한 대응 논리 발굴, 가격이 비싸다고 은근히 뒤돌아 욕하는 소비자들의 비난 감당, 내실이 아닌 포장광고에 투자해야 되는 상당히 큰 자본의 부담 등등


사람들이 흔히 하는 가격에 대한 착각 중의 하나가

제품이 정말 좋고 프리미엄이면 고객들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믿는 것인데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비싼 제품을 비싸게 사는 것이 아니고

싼 제품을 싸게 사는 것도 아니고

싼 제품을 비싸게 거품 껴서 사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진정 원하는 것은

비싸다고 하는 제품을 나만 싸게 사는 것이다.

그 제품이 왜 비싼지는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 것이다.


샤넬백을 오픈런해서 사는 사람들은

샤넬백의 가치를 너무 좋아해서 그 가치를 인정해서 정가 주고 사는 진짜 고객이 아니라

샤넬백을 통해 재테크를 해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다.


백화점 VIP 고객들은 백화점이 고정적으로 주는 할인혜택을 절대 거부하지 않는다.

제품의 가치를 순수하게 인정했으면 할인혜택도 거절해야 되는 것이 맞는 이치일 테지만

할인을 거절하는 부자는 절대 없다.

할인을 거절하는 일반인도 절대 없다.


때문에 더 잘 팔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으로 가야 된다는 말에는 허점이 있다.

팔다 보니, 기업이 성장해나가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이 되어가는 것이지

잘 팔기 위한 전략적 방법의 하나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은

영구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

매출 꺾이기 시작하면 조급해진 회사가 바로 손볼 부분이 가격이고

그렇게 되면 프리미엄 이미지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잘 팔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품질의 제품을 제대로 잘 만들어서 적정가격에 소비자가격을 책정하고

주기적으로 할인혜택을 주어 고객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가격에 있어서 다른 정공법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