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제니 Apr 26. 2023

소비자의 인지구조 and 유통회사의 카테고리

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 들여올(?) 때 꼭 염두에 둬야 되는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소비자의 기존 인지구조다.


유통회사는 이것을 '카테고리'라고 부른다.


어떤 처음보는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은 이것을 기존의 자기 상식과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려고 애쓴다.


가령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떄

이것은 소비자의 인지구조 안에서 '카메라'라는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제품이었지,

IT 제품의 카테고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태블릿이란 오묘한 제품이 처음 나왔을 떄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스마트폰의 대형 버전으로 인지했지,

노트북의 키보드리스 제품이라고 인지하지 않았다.


창업자나 발명가, 개발자는 늘 새로운 제품을 갈망하고 이에 매달린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세상에 전혀 없던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팀청소기라던지, 그립톡이라던지 하는 제품을 탄생시키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제품 자체가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경우다.


한편 새로운 카테고리 창조라기 보다 기존 카테고리 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제품들도 엄청나게 많다.


빛을 비추는 기능성으로 소비되던 '전구'를

장식기능이 겸비된 장식전구로 개발하는 순간

이 제품의 카테고리가 '전구'로 가야 할지,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야 할지 잠깐 방황하게 된다.


이런 혼란을 재빠르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유통회사'다


제조사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카테고리에서 제품이 노출되길 바란다.

크리스마스 장식전구를 전구전문 판매점에도 유통하고 싶고,

아트박스나 알파문구에도 유통하고 싶을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카테고리의 개념은 '아무렴 어때' 여기저기에서 많이 팔아주면 땡큐다.


유통회사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판매를 일으켜야만 생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유통회사다.

그래서 유통사는 장식전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가

장식전구의 판매가 늘어나게 되면 즉시 '카테고리'를 탄생시킨다.

'장식전구'의 카테고리를 새롭게 생성해준다는 것이다.


유통회사는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대형매장을 운영해오던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회사들이다.

소비자가 매장으로 찾아왔을 때

카테고리별로 깔끔하게 정리하여 진열을 해놓아야

제품을 찾을 때도 편리하고 

소비자도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제품을 한번에 구경하며 구매할 수 있어 서로 좋았다.

내부적으로는 '상품군'이라는 언어로 관리해오고 있었다.


이 개념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현재의 '카테고리'다.

오프라인에서는 '진열번호', '진열구역' 같은 개념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카테고리며,

도서관에서는 이 카테고리 관리를 위해 '사서'라는 특수한 형태의 직업까지 운영한다.

상품판매에 있어서 '카테고리' 관리는 판매효율 상승을 위해 상당히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카테고리'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제조회사다.

제조사는 자기 제품이 늘 새롭고 독창적이고 나홀로 고고하게 존재하길 바라지

타 제품들과 뒤섞여서 비슷한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어쩐지 언짢다.


LG전자가 스타일러라는 제품을 개발했을 때

스타일러가 세탁기 옆에 가야 할지 가습기나 제습기 코너 옆에 가야 할지

유통사들은 고민했을 것이다.

LG전자 로드샵에서는 독보적인 별도의 영역을 세팅해서 전시했던 것과 비교해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자, 그렇다면 제조사는 뭘 염두에 두어야 되는 걸까.


세상에는 분명히 '카테고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기존 도식, 세팅된 인지구조.

그 안에 내 제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

제품개발을 하고 마케팅출시 전략을 짜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상당히 많이 쓰고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고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을 경우

적은 비용으로 간편하게 매출을 올리게 될 수도 있다.


3D프린터를 3D 사출기라고 네이밍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가정이나 공방, 작은 기관에서 구매하기 상당히 꺼려졌을 제품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프린터'라는 가정용에 걸맞는 제품 네이밍을 장착한 순간

개인부터 기관, 단체, 기업에서 3D프린터의 개념을 기존 도식 안에서 쉽고 간단하게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까지 편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현재 진공성형기의 위치가 그렇게 애매하다.

가정용 진공성형기 제품이 개발되어 단돈 100만원 남짓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나

'성형기'라는 공장을 떠올리게 하는 무서운 네이밍이 붙어있기 때문에

가정용, 공방용으로 받아들여지기 상당히 어렵게 되었다.

차라리 '진공'도 버리고 '성형기'라는 이름도 버리고

'몰드메이커'라는 가벼운 네이밍을 달았다면 개인이 쉽고 간편하게 받아들였을 것이고, 공방에서 많은 구매가 이어졌을 것이다.



제품은 개발하되, 최대한 기존 카테고리의 어느 지점에 내 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지 선파악 후 이후의 프로세스를 진행해나가면 원하는 기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