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인기글'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
나는 과거 SK컴즈에서 블로그 기획자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1년밖에 일을 안했기 때문에
플랫폼 회사에서의 근무경험에 대해 이렇다 할 썰을 막 풀 정도의 업력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 당시 마케팅을 하다가 포털의 내부가 궁금해서 침입해본 염탐자?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내가 궁금했던 포털의 내부 사정을 내 나름대로 잘 습득할 수 있었던 기회로 삼았었다.
포털, 플랫폼 사업자의 생명은 트래픽이다.
모든 사업기획과 서비스기획의 존재 이유가 트래픽 증대를 위해 존재한다.
중복트래픽, 인위적 트래픽, 자체 트래픽 뭐든 상관없다.
(네이버에서는 영상 하나를 블로그, 네이버TV, 스마트스토어에 동시에 올려질 수 있게 세팅하여 1 컨텐츠 당 트래픽 3회 유발을 추구한다)
트래픽 상승을 위해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은
신규가입자를 늘리거나
1인 당 페이지뷰를 늘려야 되는데
신규가입자를 늘리는 일은 마케팅팀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고
내부 서비스 기획팀에서는
매일 아침 일일 트래픽을 체크하는 회의를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하는데
서비스 기획팀에서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서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업무는
새로운 기능(서비스)의 개발로 유저들의 사용량을 늘리는 일이다.
그 밖에 장애개선, VOC수렴에 대다수의 하루일과를 보내게 되고..;
인기글의 존재 이유는 내부 트래픽을 증대시키기 위한 개념인데
예전에는 인기글을 수동과 자동 2가지를 병행하여 운영했었다
모든 인기글을 수동으로 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자동세팅을 걸어놓고
특정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인기글에 뜨게 알고리즘 세팅을 해놓았는데
그러다보면 어그로글이나 선정적이거나 미풍양속에 위배되는 글들도 많이 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이 검수하는 수동시스템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지 여전히 궁금하긴 함.
담당자가 거의 출근시간 하루종일 인기글 리스트를 시간나는 대로 보고 있다가
잘못된 글이 인기글에 뜨면 바로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일을 했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는 사실상 인기글 리스트가 방치상태여서
광고업자들이 이를 이용했음
인기글 알고리즘은 서비스 회사마다 다 다르고
그 세팅값도 수시로 조정하기 때문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세팅값을 수시로 조정하는 이유는
업자나 불법 게시물들을 거르기 위해서임이 가장 크고
두번째로는 선량하고 능력있는 콘텐츠 창작자들이 인기글에 잘 오르지 못하고
기존 사람들만 자꾸 수혜를 보는 점이 불공정하다는 내외부 인식에 기반해서다.
특정 계정이 한번 '뜨는 계정'이 되면
그 계정은 인기글 버프를 안받아도 알아서 성장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도움을 계속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새로운 창작자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싶은 의지가 있긴 있는데
이걸 리뉴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장애관련 처리와 VOC 처리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
제대로 된 '인기글' 로직 기획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 ㅠㅠ
그리고 이 선랑한 신규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기획을 하나 안하나
전체 트래픽은 기존 인기글로도 나와주기 때문에 시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기존에 한번 세팅해놓은 인기글 로직이
객관적으로 잘못되었거나 당장 고쳐야 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신규 유저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뭘 잘못 고쳤다가
광고업자들에게 엄한 기회가 돌아가면 안되기 때문에
상당히 고심과 복잡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당시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는
신실한 유저들의 성장을 돕는 것보다 더 큰 비중으로
불법 계정을 거르는 일이 매일 더 크게 많이 쏟아졌다.
불법계정을 거르는 일은 지금 당장 매일 해야 되는 일이고
신규 유저의 성장을 돕는 일은 좋은 일, 착한 일 영역 어디쯤 있는 일이라고 해야 하나 ;;
요즘은 기술적으로 뭘 어떻게 고쳤는지 모르게
여러 플랫폼이 광고/불법/악성 게시물들이 유저 눈에 잘 안보이게
수동인지 자동인지 모를 관리를 잘해내고 있는 것같다.
그래서 무엇이 인기글인지를 판단하는 그 당시의 기준은 다 기억나진 않지만
다른 서비스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것 같아 보이는 것들만 적어보면
팔로워가 어느정도는 있는 계정의 글(광고하려고 신규로 만든 계정을 거르기 위한 장치)
좋아요의 숫자
댓글의 숫자
그 글의 조회수
그 글이 작성된 카테고리의 글 발행 수
그 계정 주인의 플랫폼 사용성 (다른 계정 가서 놀거나 다른 글들도 잘 보는 사람인지, 즉 진짜 유저 맞는지)이 정도로 추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하나만 보면 좋아요나 댓글 수로 판단해도 될 법한데
플랫폼은 언제나 광고업자와의 싸움에 항상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계정주인이 인간인지 업자인지도 판단하는 장치를 걸어놔야 함..
그런데 가끔 나는 진짜 창작자고, 인간인데
뭔가 네이버의 알고리즘에 잘못걸려서
계정이 나락으로 가거나 패널티를 받았다는 분들이 계시고
고객센터에 복구를 요청해봤지만 잘 안됐다고 하시는데
안타깝지만 그 계정 하나를 복구하는 것은 시스템상 거의 어려움
그리고 인기글의 위상은 2010년 이전과 2010년 이후로 나뉘어지는데
그 이전의 인기글은 어떻게 보면
포털에서 '재미'를 위한 보조적 장치로 이용되었던 느낌도 조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전후로 스마트폰 보급, 트위터의 등장, 페북의 성장으로 인해
특정 플랫폼에서의 인기글이 내부 트래픽만 발생시키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외부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거대 트래픽을 몰아주는 트래픽 폭풍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기글을 늘려야 그 중에 어떤 놈이 외부 트래픽을 데리고 오는 구나라는 학습효과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유저들도 2010년 이전에는
자기글이 인기글이 되었다 하더라도 '헤헤 이런 일이 있네?'정도로 넘어가고 같이 웃고 즐기는 분위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10년 이후에는 인기글이 자주 되면 인기계정이 되고, 인기계정이 될 경우 본인이 의지가 있다면 인플루언서화하여 수익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인기글을 노린 글을 생성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 전엔 그냥 쓴 글이 인기글이 되고, 그러다 마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젠 글이 글이 아니라 기획의도가 있는 글이거나 기획 콘텐츠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 상황은 이제 여러분이 잘 아시는 상황이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