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에게도 일일 시간표가 필요하다
시간관념을 잘 가지지 못하면 허송세월하기 쉬운 것이 전업맘의 일상이다. 주위에서 나를 잉여인력이라고 생각하기 쉽기에, 바쁜 스케줄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는 것도 전업맘의 숙명이라면 숙명이기 때문이다.
출퇴근이 따로 없는 전업맘은 아무래도 '나를 중심으로 하는 스케줄표'를 가지기 어렵다. 다른 가족들이 각자 다른 주간 스케줄을 소비하는 빈틈을 찾아 나를 위한 시간을 틈틈이 가져야만 한다. 다른 가족들의 일과시간이 나의 휴식시간이자, 나의 일과시간이 되어야만 하는 시간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전업맘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불공정한 시간 소비 구조에 반기를 들었다. 다른 가족들의 잉여시간에 언제나 스탠바이하고 있는 5분대기조가 아니라, 나 자신도 나를 위한 일과시간을 가지겠다고 선언했다.
느슨한 육아가 아닌, 집중육아를 하려면 엄마도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고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엄마에게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월요일과 수요일을 엄마를 위한 날로 정하고 가능한 많은 시간을 나에게 할애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든, 휴식을 취하든, 사람을 만나든 그것은 엄마의 정당한 '일과'이며, 가족들에게 인정받아야만 하는 '나만의 시간'이다.
그 대신 화, 목, 금은 집중 육아의 날로 육아의 질을 한껏 높이기로 했다. 엄마표 홈스쿨을 진행하고, 아이와 많이 대화하고, 책도 많이 읽어주는 날이다. 화, 목, 금에는 아이가 혼자 노는 자유놀이시간보다는 엄마가 개입해서 상호작용을 하는 '함께놀이'시간을 많이 가진다. 함께놀이 시간에는 역할놀이나 레슬링(?), 터닝메카드 놀이, 보드게임 등의 놀이를 진행한다.
월, 수가 엄마를 위한 날이라고 해서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으란 법은 없다. 이 날들은 아빠의 도움을 받는 날이다. 아빠의 역할을 좀 더 많이 지워주어서 최대한 엄마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한다는 모토를 가진 날이다. 물론 아빠가 야근을 하거나 다른 스케줄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
내친김에 하루 일과를 좀 더 세분화하여 스케줄을 짜보기로 했다. 집안일이야 늘상하는 것이지만 좀 더 공이 많이 들어가는 집안대청소라든가, 욕실청소 등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집안일에 매진하는 날을 따로 정해두었다. 그 이외의 날에는 기본적인 집안일 외에는 공들여 하지 않는 느슨함을 가지기로 했다.
월요일과 수요일, 엄마를 위한 날에는 사교육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하원 후에도 조금 더 엄마의 자유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진행되는 자유놀이 시간에는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라든지, 아이 혼자 노는 놀이를 유도할 계획이다. 아이가 혼자 놀고 있는 것은 방치라고 생각되기 쉬운데, 이는 방치가 아니다. 엄마가 지켜보는 환경 내에서 아이가 혼자 놀게 유도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실 아이에게도 혼자 노는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노는 시간 동안 뇌에서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재정비하고 필요한 정보를 장기기억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스스로 혼자 놀기 시작하면 굳이 어른이 끼어들지 않고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좋다.
아이를 재운 후 완전 자유시간이 찾아오면 틈틈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활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것이다. 수, 목요일은 주부들의 꿀같은 휴식인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화목 오후 시간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회생활을 할 것이다. 의무적으로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도 받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정보교류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월, 수, 금 오후 시간에는 장을 보거나 은행 업무를 하거나 홈스쿨 준비물을 사러가는 등 자잘한 볼일들을 쳐낼 시간이다.
이렇게 정해놓은 일정표는 특별한 사정이 생길 경우 언제든 수정 및 변경이 가능하지만 가능한 한 기본 틀 안에서 움직이려고 한다. 아무 틀 없이 그냥 막 살다보면 정말 말 그대로 시간을 허투루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주부의 삶, 조금 더 내 것을 찾는 삶을 위해 가족들의 동의와 협조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충분히 내 스케줄표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타인지향적인 수동적인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쉽게 자아를 잃어버리고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특히 자기 것이 없는 전업주부의 인생은 더더욱 우울증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내 것을 찾고 엄마가 행복해져야 가족이 행복하다. 엄마는 가족의 중심을 잡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