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사람?
요즘들어 내 정체성에 문제가 생겼다.
에디터 생활을 하는 동안 그저 내가 공부해서 알게 된 지식과 경험으로부터 깨닫게 된 노하우들을 같은 엄마들과 공유하는 자체에 보람을 느꼈는데
책이 나오고 강연을 다니게 되면서
나를 뭐라고 소개하지?란 고민이 생겼다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마땅한 답을 대놓고 기다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심리학이나 교육학 전공자도 아니고
관련 실무를 한 적도 없다.
심리학을 배우러 학교를 다니진 않았지만 공부를 안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실습(?)을 안해본 것도 아니다.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왜 굳이 연대 석사를 했는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 사회가 돌아가는 판이 그런 것 같다.
대학원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그 지식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기 위해
학위 타이틀을 따야 했던 것 같다.
(제 주제에 설민석과 동급으로 보이기 위해 예를 든 것은 아닙니다. ^^;)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떤식으로 개척될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타이틀을 따기 위해 돈을 내고 학위를 사는(?) 요식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뭔가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 많이 혼란스럽다.
글쓰기에 대하여
나는 문학소녀가 아니다.
초중고시절 만화만 들입다 팠던 만화광이었을 뿐 소설이나 비문학 책을 전혀 손에 잡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문학적 이해력이 매우 딸리고 그로인해 문학지문이 나오면 어려워했다.
초등때는 글쓰기 관련 상을 곧잘 탔으나 중등 이후로는 꼴찌상 한번 타지 못했을 정도로 글쓰기와 점점 멀어졌다.
그런 내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고, 거기서 진짜 글쓰기계의 무림의 고수들을 무수히 만나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님은 뼈저리게 느꼈다.
글 잘쓰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인데
미사여구와 휘황찬란한 표현기법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기가막히게 공감을 얻어내는 진짜 실력자와
아주 쉽게쉽게 간결하게 읽기 쉬운 글을 쓰는 실용주의자가 있다.
나는 전자는 도저히 엄두가 안나서 후자의 노선을 잡고 언론고시 등에 도전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글쓰기 자체게 자신이 없었기에 언론고시 쪽 노선을 빨리 접고 그냥 대기업 입사로 방향전환을 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니 글쓰기가 아닌 보고서 쓰기란 과제가 주어졌는데,
압축의 압축을 거듭하여 간결하고 설득적으로 지면을 구성하는 노하우가 필요했다.
다행히 보고서쓰기는 내 적성에 맞았다.
열장짜리 보고서도 3시간이면 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새롭게 발견된 재능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능은 글을 참 쉽게 써낸다는 것.
혹자는 흰 지면을 마주대하면 뭐부터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함부터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키보드에 손가락만 대면 손가락이 알아서 글을 써내려간다.
손가락에 뇌가 달린 듯.
하다보니 글을 쓸 기회가 점점 많아지는데
글쓰는 재능이 없어서 참 고민이 된다.
육아 에디터라는 타이틀에는 전문성과 글쓰기 실력 두가지가 요구되는데
두 가지 모두 변변한 것이 없다.
뭔가 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독자들과 공감하며 차근차근 성장해나가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조금 편안해지는 연습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