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 앞서 반드시 끝내야 하는 고민이 있다.
나는 충분히 쉬었는가?
육아하면서 쉬었냐고?
무슨 총맞을 소리인가.
하지만 워킹맘들의 생활과 비교해보면 수긍이 간다. 전업맘 생활은 워킹맘 생활보다 그나마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으니까.
세상 가장 고된 출생~ 돌까지 육아휴직 단 1년을 쓰고 바로 직장에 복귀한 워킹맘들은 정말 말그대로 쉴틈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세상고된 생후 1년을 독박육아 한 후 준이가 돌이 된 후부터 내 일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워킹맘맘의 복직? 비슷한 일과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 생활을 2년 더 한 끝에 깨달았다. 정말 충분히 쉰 후에야 다시 사회에 복귀해서 일할 힘과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헌데 전업육아를 하는 와중에는 쉴틈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충분히 쉬지 않고 복귀하게 되면 가뜩이나 육아로 힘든 와중에 회사일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아이가 너무 어릴 때 무리하게 사회에 복귀하게 되면 육아 자체도 힘들고 일도 힘들어서 체력적, 정신적 방전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의 삶에 있어 "충분히 쉬고 재충전 후 사회에 복귀하는 것이 어떨까"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하던 생각과는 정반대되는 생각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육아 자체가 너무 고되었기 때문에 빨리 이 지옥에서 탈출하고 편한(?) 회사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 무리하게 다시 사회에 복귀해보니, 세상가장 고된 기간의 육아와 일이 맞물리면 중간에 끼인 '엄마'라는 존재가 극도로 소진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때문에 어차피 된 경력단절, 조금 더 쉬고, 충분히 리프레시가 된 후에 내 직업, 내 일, 내 적성을 생각해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경단녀가 된 거, 조금 더 쉬고, 더 충전하고, 확실히 나와 내 아이에 대해 알고 난 후에 복귀를 생각해도 늦지 않다. 당장 내 숨통을 죄어오는 대출금도 1-2년만 더 연장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는 생각보다 금새 자라더라.
내 경력단절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당장은 내 커리어가 박살나고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매일 들었지만 아이가 5살만 되어도 즉 만 4년 정도..여유가 생기고 정신이 차려진다.
전업맘 생활로 아이의 5세를 보내게 될 무렵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의 생활에서 조화를 찾은 내 모습, 아이와 밸런스가 맞춰진 일상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하루빨리 다시 사회로 나가는게 소원이었지만 아이가 5세가 되니 오히려 아이 옆에 조금 더 있고 싶은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나에게 충분한 휴식이 없었던 탓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아이가 4살이 되면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일상의 밸런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아이는 더이상 훈육불가의 떼쟁이가 아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법을 아이도 터득해야 원생활을 하건, 가정보육을 하건, 서로 힘들지 않게 된다. 아이도 충분히 배우고 적응한 후에 유치원에 정식입학을 하면 된다.
엄마와 아이의 일상의 조화가 만들어지면 엄마는 아이와 함께 있어도 쉴 수 있게 된다. 아이는 혼자 놀면서
엄마를 방해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배운다.
하루종일 붙어 있지만 엄마를 가끔 찾는 것
이게 만들어져야 일을 나가도 안심할 수 있다. 이게 만들어져야 주말에 아이와 붙어 있더라도 엄마가 쉴 수 있다. 이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엄마는 쉬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항상 아이를 밀어내야 한다. 주말에 키즈카페에 아이를 밀어넣어야 하고 무슨무슨 수업에 밀어넣어야 하고 아빠한테 바톤터치를 해서 아이로부터 떨어져나와야 한다.
엄마를 충분히 가졌던 아이가 엄마와 미련없이 떨어질 수 있다.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충분한 휴식으로부터 오는 여유가 필요하다.
7살인 준이는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오전에도 혼자 알아서 놀면서 나를 찾지 않는다.
엄마도 자기 시간이 필요하고 서로 각자 노는 시간이 좋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깨달은 상태여서 가능한 것이다.
몇달 전에 모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로부터 '이제는 취업이 가능하냐'는 반가운 전화가 왔다.
내가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하는 것을 알고 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그분이 정말 감사하다.
경단녀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의 기업이라 나에게 매년 연락을 주신다.
물론 한국계가 아닌 외국계여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자리는 언제나 있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준비하면 다시 나갈 수 있다.
오히려 내 조급한 마음 때문에 내 아이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며 스트레스 받이로 대하진 않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준이를 키웠던 초기 36개월의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할 수 있다.
그 전에,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충분히 쉬었다'는 대답이 돌아오는지
귀기울여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