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성공의 재정의

by 스윗제니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을 갈구한다. 그것이 어린 자의 철없는 망상일 지라도. 인생의 중반 정도를 달려온 지금, 남은 반백년에로의 삶 속에서 작게나마 성취감을 맛보려면, 무엇보다 '성공'의 의미에 대한 재정의를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어떤 꿈 많은 처녀는, 한때 대기업 공채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을 목표했을 정도로 무모했다. 눈가리개, 귀가리개로 무장하고 열심히 달렸던 4년간의 회사생활 후 갑자기 불어 닥친 결혼적령기의 망령은 '화락한 가정에서의 살림하는 사모님의 꿈'이란 막대기로 내 머리 속을 휘저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미리 설계된 DNA의 장난질이 분명했다. 말 그대로 ‘갑자기’ 사회생활 자체를 때려치우고 안락한 가정에서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살림하고 싶었던 나. 적어도 그 당시에는 주부로서의 행복한 삶의 추구라는 막연한 이상향에 도취되어 있었다.


하지만 뒤늦은 후회는 언제나 미련만을 남길 뿐.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조직생활에서의 성공은 끊긴 지 70년이 다되어가는 경의선 철로만큼이나 단호하게 단절되었다.


학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것으로 대체한다.

주부는 내집 장만과 무병무탈을 자신의 성공으로 여긴다.

자연인인 나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적 인간은 언제나 '돈'과 '물질'이 자신의 성공의 지표가 된다.

21세기적 인간은 무엇보다 삶의 질과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정체성과 인간형들이 원하는 각기 다른 성공의 모습들. 단일적 취사선택이기 보다 융화와 조화의 버무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도저도 그 무엇도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무엇보다 힘들다.


어쨌거나 지금은 21세기다. 세기말에 태어났던 20세기 인간의 가치관은 새로운 세기에 맞게 조절과 동화의 과정을 거쳐야할 수밖에.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성공적인 삶인가를 고민해보기 전에, 성공이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결론이 필요할 듯하다. 성공이란 이데올로기 자체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것이기에.


중년을 맞이하기에 앞서, 나는 '존재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전체의 일부, 사회의 부속품으로서 단련되어왔던 20세기적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의 한계는 자신의 존재감이 커지거나, 남들의 위로 올라가는 것에 더 가치를 둔다는 것에 멈추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커져야만 하는, 더 높아야만 하는 존재감이 아닌, 그 자리에서 확실한 색깔과 구분력을 가질 수 있는 모양과 강도를 가지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때문에 '기억되는' 문제에 좀 더 관심이 간다.


‘어떠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21세기의 디지털화된, 매순간의 디지털 흔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 해야 할 고민이 아닌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디지털 세상에서 너무나 드러나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리와 일관됨, 그리고 변화가능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며, 그러한 인생의 정리를 잘하는 것이 곧 21세기적 인생의 성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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