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도덕시간이었던가.
공자, 맹자, 부처의 사상을 한줄 요약으로 배우고 지나갔던 시간이 있었다. 도덕 교과서였는데, 묘하게 그 페이지의 잔상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공자. 네가 대접받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행하라
부처. 인생은 고(苦)다.
맹자. 성선설을 주창하여 후에 성악설과 성무선악설을 파생시켰다.
한줄 요약 도덕을 배운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가끔씩 도덕책의 그 페이지가 떠오른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이보다 더 한 맞는 말을 찾을 수가 없어서.
39년간 인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현란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성선설일까? 성악설이 맞나? 성무선악설인가?를 끝없이 고민하고 혼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맹자가 던진 '인간의 본성이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는 미신같은 말을 과학적 명제로 풀이한 천재가 아닌가.
착한 일 많이 하면 복받는다는 미신. '네가 대접받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행동하다'보면 당연히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남들도 나를 대함에 있어 그렇게 행할 것이니까.
인생은 고(苦)라는 말은 명불허전.
설명하려 할수록 구차해지는 명언.
과학은 미리 설계된 테크트리에 따라 계속 발전하고 발달하는데
도덕과 인간에 대한 진리는 어째 시간이 갈수록 타락만 하는 방향으로 치닫는 것인지.
왜 옛날 사람들은 더 옛날 사람들을 선현이라 칭송하며 배우고 따랐는지.
최초의 선현은 도대체 어느 시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우리 조상이 과연 동굴에서 우가우가하며 살던 그 사람들이 맞을까.
동굴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애초에 전혀 다른 기원은 아니었을까.
정말 신기한 것이.
서양철학은 계속 새로운 개념이 나오고 미분화된 것에서부터 계속 분화된 개념이 나오는데
동양철학은 도저히 옛날 사람들의 지혜와 시야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서양철학에는 시대상이 배어있는데
동양철학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이치밖에 없다.
고조선 건국이념이 지금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완전 적용되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지 않은가.
홍익인간은 공리주의를 넘어선 보편주의이며, 근본주의이자, 반박불가의 영원주의이다.
벤담이 홍익인간을 한번이라도 들어봤으면 공리주의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단어들을 열거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혹시나 자신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할까 싶어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편찬할 필요가 있었겠냐는 말이다. 그래놓고도 지금껏 계속 반박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서당에서 공자왈 맹자왈 했던 것이
전근대적이고 구시대적인 구습이었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치를 모르고 어찌 명리를 논하겠는가.
우리는 소중히 지켜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전해지고 전해주고 싶었던 어떤 가치를 놓쳐버렸다.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누가 찾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