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보통’의 차이는 무엇일까? ‘정상’이란 ‘비정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상이 아닌 것에 대한 배타성을 가지지만 ‘보통’이라 함은 어떤 집단 내 표준정규분포 상에서 가장 두터운 허리를 이루는 군집으로서의 성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령 누군가가‘키가 보통, 외모가 보통, 성적이 보통’이라고 하면 그 집단 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표본 중 하나임은 자명하지만 그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보다는 ‘키가 큰, 외모가 뛰어난, 성적이 뛰어난’의 상태를 추구하지 않는가.
반면 ‘보통’의 자리에 ‘정상’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그 뜻이 사뭇 달라진다. ‘키가 정상, 외모가 정상, 성적이 정상’이라는 표현은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사람을 배제하게 되고, 기형적 외모를 가진 사람을 차별하게 되며, 성적이 바닥인 사람을 멸시하게 된다. 이렇게 용어의 쓰임이 사람의 인식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인 아빠, 엄마, 자식 두어 명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 그 밖의 예외는 모두 비정상가족으로 여겨지는 한국사회. 외국인 가족, 결손가정, 과보호 또는 학대 가정, 미혼모 가정 등 우리 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비정상가족들이 차별받고 소외당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 존재하는 한 모든 가족은 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가진다. 오늘의 정상가족이 내일의 유가족, 사별가족, 이혼가정, 조손가정이 될 수도 있고, 나홀로 남아 고아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의 탄생과 유지과정, 결말의 결과물이 늘 언제나 ‘정상’일수는 없는 것이다.
어떠어떠한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배우자상에 대한 가치관, 부모로서의 마음가짐 등 기초적인 준비 없이 얼른 선을 그어 놓고, 정상가족 쪽으로 발자국만 살짝 넘어오듯 결혼하고 출산하는 사람들. 이렇게 준비안된 채 쉽게 결혼하는 나와 같은 덜된 자들이 가정폭력, 학대, 차별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정상’은 그 자체로 안도감과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상유지와 정체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간수치가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기형아 검사에서 정상이 나오면 그 이상을 위해 더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만족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기존의 가치관과 습관을 더욱 공고히하려는 의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정상’은 발전에 대한 동인보다는 정체에 가까운 태도를 생성한다. 내가 정상이라는 인지는 ‘이대로도 괜찮다’라는 안심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정상’이라는 합리화의 도구가 되어 내 아이를 체벌하고도, 아이를 학원에 12시까지 밀어넣고도 태연하고 편안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보통’은 어딘가 불편하다. ‘보통’이 ‘평균’이거나 ‘평범’일 경우에 더더욱 그러하다. 이력서를 내밀 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서술은 서류탈락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는 것과도 같다. 남들보다 뛰어나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달라야 한다는 현대사회의 강박과 수양, 정진을 통해 이상향에 도달하려는 유교적 역동성을 가진 우리사회의 만연한 세계관은 평범을 열등한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보통의 키를 가진 사람들은 하이힐과 키높이 깔창 위에서 까치발을 들고, 보통의 성적을 가진 사람은 최상위 성적에 대한 열망으로 사교육 시장의 최대 고객이 되며, 보통의 외모를 가진 사람은 성형으로 자신의 본질을 근본부터 부정하기에 이른다.
내가 ‘가진’ 것은 정상가족이 아닌 ‘보통’가족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으로, 단순한 보통가족에서 더 좋은 가족이 되기 위해 내면의 지향점을 가지는 그런 삶의 태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가족구성원이 정상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이상적인 가족은 아닐 것이다. 정상적인 가족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족 내에서도 무수한 비정상적인 행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정상가족이라는 것은 비단, 가족을 구성하는 요인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생태에서 증명되는 것이다. 가족의 생태란 생애주기에 걸쳐 만들어나가고 유지하고 지켜나가야 완성되는 가치이기도 하다.
학대하지 않는 가족, 차별하지 않는 가족, 사회와 공생하는 가족, 개인의 삶과 가족의 삶이 조화되는 가족이 이상적인 가족이자 정상적인 가족이다. 가족구성원의 숫자나 구성요소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잣대이기 보다 표준과 비표준을 나누는 참고기준일 뿐이다. 우리가 단순한 외형적 보통, 표준, 평범에 머물기보다 진정한 정상으로의 지향을 꿈꿀 때 이 사회는 비로소 살만해 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