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할까, 남편과의 연애

by 스윗제니

나는 나와 결혼했던 그 남자와 아직 살고 있는 걸까?


내 친구 중 한 부부는 농담으로 이런 우스개소리를 한다.

'나는 세 명의 여자와 함께 살고 있어. 화장한 여자, 화장 안한 여자, 안경낀 여자'

결혼 전에는 몰랐던 모습을 결혼 후에 보게 되면서 실망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몰랐던 외모를 보고 많이 놀라고, 여자들은 남자친구의 몰랐던 내면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게 되는 것 같다.


결혼생활 10년간 나도 적잖이 놀라고, 실망하고, 다시보게 되었는데 크게 5가지가 나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1. 식성
가장 당황했던 부분이다. 하루 3끼를 같이 먹어야 하는 가족 사이에 식성이 서로 맞지 않는다면 그만큼 불편한 일이 또 있을까? 일본의 어느 부부는 된장찌개에 넣는 재료 때문에 결국 이혼소송까지 갔다고 한다. 이처럼 매일 먹는 밥상, 밥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부부문제의 핵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

나는 치즈나 빵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김치볶음밥이나 떡볶이, 라면을 해먹을 때 꼭 치즈를 넣어먹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데 신랑은 치즈혐오자였다. 연애할 땐 분명히 나를 파스타집이나 피자집에 데리고 다녔고, 치즈를 넣은 떡볶이도 곧잘 먹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시어머니 조차 놀라셨다고 한다.

허나 결혼과 동시에 원래의 식성으로 회귀.. 치즈가 들어간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또 빵을 싫어해서 케익이나 과자, 각종 빵을 전혀 안먹는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샌드위치를 별식으로 먹어오던 나에게 멘붕인 사건이었다요. 남편은 샌드위치조차 입에 대질 않는다. 생일케익 또한 입에 대지 않는다. 생일이 되면 케익을 사긴 사는데 겨우 한 입 정도 먹고 남은 케익은 모두 내 뱃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남편과 함께하는 식사는 무조건 한식으로 통일해야 한다. 나도 한국인이니 한식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별미도 먹고 싶다. 치킨, 피자, 파스타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먹어주고 싶은데, 아무리 집에서 직접 피자 도우를 반죽해서 구워다 바쳐도 먹으려 하질 않는다. 식성에 대한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되는 느낌이라 앞으로 몇십년을 이런식으로 살아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


2. 옷 허물벗기
아마 전세계의 많은 남자들이 이런 버릇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내 남자는 아니길 바랬는데.. 내 이상과 꿈이 과했던 것 같다. 특히 바지를 벗고 난 뒤 몸만 쏙 빠져 나간 듯한 그 형상은 '허물'이란 표현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다.

평일에는 바빠서 그렇다고 둘러대고, 주말에는 그나마 둘러대지조차 않는다.
'이따 치울거야~' 한마디 하고 하루종일 그 자리에 허물이 벗어져 있다.

신혼초에는 허물벗는 문제로 정말 매일같이 잔소리를 했다. 시어머니에게 일러보기도 했다. 그래도 잘 고쳐지지 않다가 자기도 나이가 드니까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아주 다행.


3. 치약뚜껑, 스킨로션 뚜껑
사실 결혼 전에 내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신은 치약뚜껑이나 스킨로션 뚜껑을 항상 열어놓냐, 닫아놓냐고. 미혼인 나 주위에서 주워들은 것들이 많은지라 남자들이 치약 뚜껑을 잘 안닫아 놓는다는 얘기들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당연히 자기는 뚜껑을 잘 닫는다고 대답했다.

결혼을 위한 거짓말이었을까? 신혼 초에 나는 이 뚜껑들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잔소리도 해보고 싸워보기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봤는데 잘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은 고쳐졌다. 그런데 이상한 건 치약뚜껑은 잘 닫는데 스킨 뚜껑은 잘 닫지 않는? 이 현상은 뭘까?

4. 집안일 참여
남편이 나에게 결혼 전에 뭐라고 했던 사기.

"넌 집안일 하나도 하지마. 집안일은 내가 다 할거니까 넌 가만히 쉬기만 하면 돼"

날 정말 사랑했던 듯. 그리고 나는 정말 순진했나보다.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게 해준다는 말을 하는 남자를 믿다니. 그런데 지금은 날 사랑하지 않는가보다. 자기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려고 한다.

맞벌이일때는 피곤하고 바빠서 못하겠다고 하고, 내가 전업을 하니까 뭐 지금은 당연한 듯 안하려고 한다. 그래서 길고 긴 전투 끝에 몇 번을 뒤집어 엎고, 이제는 가사참여를 어느정도 이끌어내고 있다. 쓰레기도 잘 버려주고, 가끔 청소도 깨끗하게 해준다. 내가 바라는 건 청소보다는 설거지인데, 자긴 설거지가 너무너무 싫다며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한다. 나도 설겆이가 제일 싫다고..


5. 싸울 때
연애 때에는 남편이 나에게 별로 대들지(?) 않았다. 왠만하면 대들지도 않았고 주눅들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편이었기 때문에 싸울일이 있을 때 나 혼자 열내고 나 혼자 식히는 타입이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1도 져주지 않는 남편 성격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모든 말에 따박따박 맞받아치고, 오히려 과거일을 끄집어 내서 내 잘못을 새롭게 들추는 등 다양한 전투기법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뭐 하나 해달라고 하면 그 대신 나에게도 이걸 해달라 저걸 해달라 한다. 드럽고 치사해서 말 안하고 말지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결혼을 할 때까진 이런 남자인 줄 몰랐는데, 결혼해서 10년째 살다보니 그때 그 남자가 맞나 싶은 순간들이 한두번이 아니다. 나 역시 내 남편이 결혼했던 그 때 그 여자가 아닌 전혀 모르는 여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나와 결혼했던 그 때 그 남자로 되돌아가주길 바라는 만큼 남편도 나의 과거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주위를 보면 다들 똑같이 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알콩달콩하게 사는 부부들도 많은 것 같다. 귀찮다고 싫다고 하면서도 둘이 데이트 하러 다니고 잘 지내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도 저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길을 걸을 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닐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은 하루에 몇번이나 해왔나? 하루에 한번 이상 뽀뽀를 하고 있나?

내가 결혼을 결심했던, 결혼했던 그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나, 문제인 것 같다. 남편에게도 이제 햇볕정책을 써서 다시 나와 결혼했던 그 착한 남자로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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