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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가족돌봄?

초중고 개학일 연기

by 그레이칼라
오늘 정부에서 전국 초중고 개학일을 3월 23일로 2주 더 연기한다는 속보가 있었다.


연일 뉴스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을 한다.

사실이다. 지역사회로의 추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강경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맞벌이 직장인들의 집에선 아침마다 전쟁이다. 우여곡절 끝에 긴급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 지역마다 돌봄이 가능한 시간대가 다르고, 아이들의 점심식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보장이 심히 걱정스럽다.


교육부와 정부의 조치가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직장인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엔 미흡한 점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직장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생각도 못하거니와 개학 연기로 인한 아이 돌봄 사유로 휴가를 내는 분위기를 용인해주는 기업은 흔하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 불안감 만으로도 피로감이 심각한데, 아이를 맡길 때가 마땅치 않아 가정과 일터에서 삶의 균형이 흐트러진 사람들이 많다.


올해부터 신설된 '가족 돌봄 휴가'의 혜택으로 연간 최대 10일을 '무급'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것 마저도 직장 동료와 상사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한 좋은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는 아직도 겪어야 할 진통이 상당할 듯하다.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혹시나 휴가를 가더라도, 복귀 후에 겪게 될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육아 휴직의 보편화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몸담고 있는 기업의 분위기나 여건이 보편적 복지의 활용을 결정한다. 우리는 국가의 제도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양극화를 경험하는 굴레에 있다.


혹시나 되돌아 올 피해부터 걱정하지는 않는가?

선택의 문제인지, 조직의 문제인지 판단이 쉽지가 않다.


오늘 들려온 반가운 소식은, 가족 돌봄 휴가(최대 10일)를 무급으로 지급하던 것을 유급 휴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사업장에서 가족 돌봄 휴가를 유급으로 부여한 경우는 제외).


같이 발표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내용을 보아하니, 아마도 기업이 떠 앉게 되는 손실은 정부 차원에서 보전해주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휴가를 쓰게 해 줘야 가든지 말든지 하지.."


가족 돌봄 휴가 기사에 달린 댓글창에는 워킹맘의 씁쓸한 넋두리가 남아 있다.


먹고살기 바빠서 일은 해야 하겠고.. 마스크를 씌운 채 돌봄 센터에 아이를 혼자 놔두고 직장에 온다한들 일손이 잡힐 리가 있겠는가.


정말...


적어도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가 아이 돌봄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같이 공감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 그리고 공동체의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애는 당신들만 키우느냐.
한 사람은 관두지 그래?


동료 간에 감정적 갈등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먼저 사회 곳곳의 조직 문화가 심리적으로 안정감 있게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조직부터 구성원의 생각과 니즈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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