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학교 본관에서 열렸던 대규모 기업 공채 설명회에서 들었던 단골 멘트 중에 하나였지만 괜스레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얘기가 있었다.
"우리 회사는 해마다 XXX% 의 연말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이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 가끔은 너무 행복합니다."
회사의 비전은 둘째 치고, 돈 얘기를 하며 올라간 입꼬리와 표정에서 이 분이 얼마나 만족하고 있고 동기부여를 팍팍! 받고 있다는 걸 읽을 수 있었다.
보통 기업 공채 설명회에 참가해서 상담을 하는 직장인들은 1년 차 혹은 2년 차에 접어든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만난 그 선배님은 아마 한 번 정도는 연말 인센티브를 받아보고 우리에게 자신 있게 얘기를 해줬던 것 같다.
학생 신분이라 긴가민가 하였지만, 선망하던 기업에 입사하는 상상만 해도 황홀한데 연말마다 저 돈을 받는다고? 방금 전에 통장에 찍힌 보너스를 본 것 마냥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멈추기가 어려웠다.
극도로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저 회사에 들어가야 할 것만 같고, '저곳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성공가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그런 믿음까지 들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당시 나에게는 내적 동기부여보다는 외적 보상이 진로에 있어 동기부여가 됐을지도 모른다. 돈, 대기업, 그것이 가져다주는 성공이 보상이 되는 '만약-한다면'의 단순한공식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음.. 어쩌다 보니, 벌써 연말 인센티브를 받아본 것이 12번째가 되었는지,,13번 이었었나?
해마다 받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특별히 기록을 하지 않는 한 알 수도 없거니와 기억도 가물 거린다.
10여 년 동안 삶에서 지속되어온 보상인데, 나는 왜 중요한 기억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근거는 아주 명확하다. 그것이 주는 특별함이나 동기부여가 크게 없었다.
인센티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 특히 종업원의 근로 의욕이나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높이는 것을 말함'이라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어떤 조건이 있는 예측이 가능한 목적을 위한 자극이나 보상' 즉, 어떤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없어질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부분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센티브 지급 공식은 끊임없는 성장을 유도한다. 해마다 실적 갱신을 하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때만 그것이 주어지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서 인센티브는 매년 줄어드는 연봉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일할 동기를 빼앗아 가는 밑이 빠진 독과 같은 게 아닐까?
다른 말로 바꿔보면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한 자극들이 필요 이상의 피로감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내재 동기가 잠식되는 의도치 않은 숨겨진 비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내재 동기를 어떤 정의된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조직과 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그 어떤 것을 스스로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때 독려가 된다. 그리고 내재 동기의 중요성은 정해진 공식 안에서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창의적인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년 특정 시기가 되면 많은 기업들의 인센티브 소식들을 접한다.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으로 혹은 아쉬움으로...
굳이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지금도 외부에서 정해놓은 공식 속에서 저성장의 굴레를 갱신하려 아등바등거리고 있을 것이다. 피로감이 크다는 말이다.
외적 보상보다는 본인에게 내재된 동기를 만족시키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그 이상으로 보상받는데 유리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선행되는 중요한 점은 내재 동기를 찾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행복함을 주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해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무게 중심을 외부에서 내부, 즉 자신으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본인의 진정한 동기의 요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주변에서 알 수 있게끔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