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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Aug 18. 2020

나의 성장과 바다

내 마음속에도 바다가 있다

바다에 가면 온갖 근심 걱정이 날아가는 기분이 느껴지시나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바다와 가깝게 살아서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기억 속에 있는 바다와의 첫 만남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5살 무렵에 어머니와 함께 해운대 바다에 놀러 갔었는데, 모래사장의 인파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상구조대원 아저씨께 구조되어 경찰서까지 간 끝에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이 노래졌던 충격 때문인지, 그 날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극적이게 되고 활발히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참여했던 사생대회 덕분에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생대회 집결 장소는 '송정 바다'였습니다. 어머니는 걱정하셨지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다니던 또래 심리 덕분인지 사생 대회장까지 무사히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본 바다의 풍경을 도화지에 담아내기 위해 유심히 주변을 관찰했습니다. 어린 제 눈에 담긴 넓고 푸른 바다의 모습은 더 이상 기억 속에 무서웠던 그곳이 아니었습니다. 사생대회를 계기로 그 간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바다는 이제 혼자서도 갈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부산에 살아서 참 좋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고민거리가 생길 때면 바다에 가서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결같아 보이던 바다가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제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입니다. 바다에 가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게 아니라, 마음의 안식을 찾을 여유를 얻고자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바다는 각자의 마음속에도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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