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과 바다

내 마음속에도 바다가 있다

by 그레이칼라
바다에 가면 온갖 근심 걱정이 날아가는 기분이 느껴지시나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바다와 가깝게 살아서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기억 속에 있는 바다와의 첫 만남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5살 무렵에 어머니와 함께 해운대 바다에 놀러 갔었는데, 모래사장의 인파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수상구조대원 아저씨께 구조되어 경찰서까지 간 끝에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늘이 노래졌던 충격 때문인지, 그 날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가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극적이게 되고 활발히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참여했던 사생대회 덕분에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생대회 집결 장소는 '송정 바다'였습니다. 어머니는 걱정하셨지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다니던 또래 심리 덕분인지 사생 대회장까지 무사히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본 바다의 풍경을 도화지에 담아내기 위해 유심히 주변을 관찰했습니다. 어린 제 눈에 담긴 넓고 푸른 바다의 모습은 더 이상 기억 속에 무서웠던 그곳이 아니었습니다. 사생대회를 계기로 그 간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바다는 이제 혼자서도 갈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부산에 살아서 참 좋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고민거리가 생길 때면 바다에 가서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결같아 보이던 바다가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제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입니다. 바다에 가서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게 아니라, 마음의 안식을 찾을 여유를 얻고자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바다는 각자의 마음속에도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