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급에 목숨 걸지 마세요

올해도 누락인가요

by 그레이칼라

대부분의 직장에 입사를 하면 OJT 기간에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교육'을 받게 된다.


직설적인 말로 바꿔보면 아래와 같은 얘기들을 접하게 된다.


'우리 회사의 규칙이 이러합니다.'

'우리 회사의 직급 관리 체계입니다.'

'당신들이 월급값으로 받게 될 통제의 기준입니다.'


이미 우리는 학창 시절에 '진학'이라는 변화 체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성인 남자들은 군대에서 계급장을 바꿔다는 '진급'의 단계를 겪어 봤을 것이다.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우리는 규칙을 찾게 된다. 정해진 규칙을 따를 때, 불안과 불확실한 상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몸으로 익혀왔다.


규칙은 직장인 세계에서도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을 통해 고용주와 고용인, 고용 대리인과 고용인의 '조건부 상호 의존적인 상황'을 유도하게 된다. 직장인들이 가져가게 될 조건부 보상은 인정, 보수, 진급의 세 가지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능력을 인정받아 진급을 해서 보수를 많이 받는다. (안정)

->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니 진급이 되지 않고 보수는 정체되어 있다. (불안)


진급을 하게 되니 보수가 올랐고, 그러므로 나는 인정받는 사람이다. (안정)

-> 진급을 누락하면 보수가 오르지 않고, 나는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다. (불안)


세 가지 조건부 보상의 조합으로 직장 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상황과 불안을 겪게 되는 상황을 나타내 보았다. 개인의 능력이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안정과 불안의 상황은 정해놓은 보상 규칙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진다.


조직 생활에서 최소한의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규칙은 구성원이 다 같이 지키기로 약속한 질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칙이 구성원의 불안을 야기하는 문제는 조직 전체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을 해봐야 한다.


4년이 지나면 대리가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한 규칙인지. 다시 5년이 지나면 과장이 되는 것은 당연한 변화인지. 규칙의 굴레 속에 빠져있는 것인지 아닌지. 단지, 그 변화의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직급이 올라가면서 권한이 늘어나는 형태는 위계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우리가 이런 조직에 머물러 있다면 혁신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하지만 우리에겐 '혁신 피로감'만 더해질 뿐이다. 고로 나는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옆 자리에 앉은 팀장이 능력이 좋아서 인정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과장이 되면 권한이 늘어나서 능력이 있어 보이는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숙련도가 올라가게 되고 저마다의 노하우는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꼭 그 사람의 능력을 만들어주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


다르게 생각하고 바꿔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직급체계를 줄이고, 호칭도 간단하게 줄이며 수평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조직 문화 DNA에 뿌리 박힌 습관들을 걷어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왜냐하면 수직조직 문화 혹은 수평조직 문화를 결정하는 것은 구성원 간의 '관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하려면 이 '관계'부터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직급 체계와 연계된 보상 시스템은 혁신 조직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직급과 권한 그리고 보상을 분리해야 한다. 구성원들은 Task(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투명한 평가와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이것은 팀 리더와 구성원 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성과나 근속 년수가 직급 상승으로 이어져서 권한 확대와 임금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규칙은 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형적 보상인 진급 체계가 있는 한, 개인의 내재 동기를 자극하는 도전과 새로운 시도는 쉽게 일어나기 힘들다. 모든 복합적인 문제의 발단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이 성과급, 진급에서 받는 불안을 겪는데 본인의 역량을 소모하지 않도록 많은 기업들이 변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인식과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진급에 목숨(건강)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첫 직장에서 얻은 이름은 '신기사'였다.

5년이 지나니 '신대리'로 바뀌었고, (부서 이동하면서 고과 피해를 봐서 1년 진급 누락이 있었네요.)

다시 5년이 지나니 '신과장'이 되었다.


당시 선배들이 항상 말하던 것이 있었다.


"어차피 부장 가서 다 만나니깐, 지금은 깔아줘도 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