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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서류에 사인했습니다.

퇴사 릴레이

by 그레이칼라
2월 초부터 팀원들의 퇴사 릴레이가 펼쳐지고 있다.


작년 말에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후배들의 계약 만료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2년이란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정직원이 되고자 '진짜 정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왜 그랬을까..?


회사가 고용 일로부터 그들 모두에게 정직원 전환이라는 열매를 동기부여 삼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회사의 대리인들이 그들에게 전달하는 매뉴얼 같은 메시지이다.


나 역시 고용 계약이 된 직원이고, 나의 역할은 그들의 역량을 모아 목표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통제를 해야 하고, 회사의 대리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한국 조직문화에서 말하는 '관리자'의 주된 역할이다.


고용의 형태가 큰 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고 하면 비정규직 직원에게 줄 수 있는 동기부여는 정규직 전환을 제외하고는 딱히 매력적인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역량을 인정받고 성과를 만드는 목표를 세우기 전에 한 가지 더 전제 조건을 만든다.


'정규직이 된다면.'


(물론 정규직만 바라보고 일을 하는 분들이 아닌 경우도 있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분들께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더 힘든 것은 사실이다.)


관리자들 역시 조건부 공식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조건부 보상 공식을 활용해서 계약직 직원에게 더 많은 수고와 희생을 강요한다. 이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한 번도 저 표현을 쓴 적이 없다. 감히 쓸 수가 없었다. 대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그들의 커리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진짜 실력을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에만 집중했다. 2년이란 시간은 길어 보이지만, 숙련을 익히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사람의 장단점과 능력을 발견할 때쯤이면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찾아야 하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희망 고문을 하며 흘려보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리고 불만은 쌓이고 표출되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부정적 사이클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고용 계약은 지원자가 소유한 능력을 바탕으로 맺어야 하고, 검증에 따라 고용의 연속됨을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계약의 기간을 설정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형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불만이 표출되면 팀 전체가 감당해야 할 피로감과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그것을 찍어 눌리는 것이 관리자라고 말하는 회사는 앞으로 희망이 없다.


이것은 한 개인과 회사에서 만들어낸 고용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분열되는 양극화의 가장 기초되는 문제이다. 우리는 지난 30년 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누가 시작을 했는지 모르겠지만(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시작), 본인의 파이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며 우리 모두가 사회의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버려놓은 문제이다.




이제는 돈만 많이 버는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아니다.


내외부의 환경을 중시하고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그리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영이 검증된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진다. 이런 요소들이 기업의 브랜딩을 만드는 키워드가 되고, 실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사람이다. 그 사람을 뽑는 작업은 '고용(채용)'이다. 뛰어난 인재를 고용하는 그 자체가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고용 계약서가 계약 기간이 명시되어 정규직/비정규직을 간접적으로 구분하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근거가 되어야 하고, 인재와 조직의 성장을 함께 도울 수 있는 계약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조직의 구성원들은 매뉴얼이 아닌 진짜로 추구하는 가치를 생산해내는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고민만 할 것이 아니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바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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