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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놀이터 Oct 14. 2017

밀양 위양못

경남 밀양에 위치한 위양못은 신라와 고려시대 이래 농사를 위해 만들어졌던 둑과 저수지로 위양이란 양민을 위한다는 뜻이라 한다. 위양못 가운데에는 다섯 개의 작은 섬이 있고, 둘레에는 크고 작은 나무로 아름다운 경치를 이룬다. 특히 5월초에 피는 위양못 이팝나무는 밀양팔경에 들어갈 만큼 유명하다.

다만 비가 온 후에 가야 이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계기는 2016년 겨울 SBS 드라마 '달의 연인'을 통해서다.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물에 비친 이팝나무가 절경인 이곳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이 위양못인 줄 몰랐다. 
2017년 봄은 생각보다 빨리 왔고, 곳곳의 봄꽃소식을 알리는 기사는 daum뉴스 메인을 장식했다. 그러던 중 5월초쯤 ‘달의 연인’ 촬영장소라며 위양못 기사가 올라왔다. 삶의 팍팍함은 포기를 먼저 생각하게 한다. 무언가 해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안 될 이유들을 찾는다고 할까?
위양못을 가고 싶다는 마음에 이미 지고 있는 이팝나무들은 나에게 가지 않을 이유들을 만들어주었다. 


5월 12일 출근길, 이미 몸과 마음은 현장일에 지쳐있었다. 관계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몸은 지쳐있었다. 쉬고 싶었고 결국 이 일도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포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포기했던 위양못이 생각났다.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1시간 후 위양못 출발?” 친구는 “OK” 답을 보내왔고 나는 반차를 내고 밀양으로 출발했다. 
예전에도 그랬다. 힘들고 지칠 때 문득 여행을 저지른다. 그렇게 갔다 온 여행은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주기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다. 나는 그것을 ‘삶의 환기’라 얘기한다. 고산에서 2시간 반을 운전해 4시쯤 밀양 위양못에 도착했다. 이미 나의 가슴은 두근거렸고 이팝나무를 품고 있는 위양못을 보고 싶은 마음이 급했지만 카메라를 꺼내들고 걸음걸음을 아꼈다.

입구에 들어서니 완재정으로 향하는 돌다리가 나왔다. 전체 경치와 맞지 않게 너무 새것으로 급하게 만든 것 같은 하얀 돌다리가 눈에 거슬렸지만 그것도 잠시 다리를 건너 완재정으로 향하는 작은 숲길을 걸으니 과거의 누군가가 마중 나와 나를 맞아줄 것 같았다. 큰 거목들을 지나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협문이 보였다. 과거로 향할 것 같은 그 문을 열어보니 눈앞에 펼쳐진 연못, 곳곳의 나무들과 붓꽃들, 그리고 어디론가 나있는 길은 생각대로 정겹고 편안했다. 

그곳을 나와 입구로 다시 가서 왼쪽으로 나 있는 위양지 제방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길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존상을 받은 위양못 이팝나무숲길로 위양못 전체를 천천히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또한 오래된 고목들이 아름다운 길이기도 했다.

제방 길을 쭉 걷다보면 중간 즈음에 이팝나무 하얀 꽃으로 뒤덮인 완재정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어느 것이 위고 아래인지 모를 만큼 하나가 되어있는 그 풍경 안에서 나는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욕심들이 놓이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아름답고 감사하다

길은 계속 이어졌고 위양못의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들은 나의 발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섬을 덮은 고목의 웅장함, 섬위의 작은 집과 나무들, 그리고 간혹 걸쳐있는 구름들은 천상의 모습 그것이었다. 나무와 물과 우리의 과거가 공존하는 그곳은 힐링이 되는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어른이 되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져 행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만 보내고 결국 하나하나 포기하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래서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이곳에 벗과 함께 있고, 이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잘 늙고 있다는 증거겠지! 라며 위안을 얻어 본다. 해지는 위양못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하지만 내년 봄을 기약하며, 여전히 난 잘 늙고 있었다며 그때 다시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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