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히다.

호주에서 코로나로부터 외국인으로 살아남기

by 신작가

마침 좋은 일자리 공고를 보고 감사하게도 멜버른 시티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좋은 일자리를 잡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연이 많은 자리였지만, 긴 인터뷰 끝에 좋은 에이전시 밑에서 매니저로 일하기로 정하고,

약 2개월 정도 그냥 멜버른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하면서 하고 싶었던 우버 이츠 배달도

해보고 여러 가지로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면서 시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듣기로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육가공 공장인데, 출퇴근 시 차량이 없으면 일하기가 어렵다는 말에

마침 호주에 오래 거주할 의향도 있고, 차량 정비를 할 수 있는 성당 동생이 있어서 고민 끝에 괜찮은 차 한 대를 구매하게 되었다.


이때 당시만 해도 코로나 이슈가 이제 막 번지기 시작하고 있을 때라,

호주에 널리 퍼지기까지는 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안일함으로 긴장을 좀 놓고 있었다.


그 탓에 코로나 관련 이슈가 커지면서 여러 공장에서 동양인 근로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고,

일하기로 한 에이전시 소속 직원들도 여럿 잘려 나가는 상황인 듯했다.


에이전시에서는 현재 내가 가기로 했던 공장에 매니저가 코로나 상황 때문에 대만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고,

그로 인해 나는 다른 공장으로 가야 된다고 전달을 받고, 크랜 번에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불러주길 기다렸는데, 결국 허가를 못 받고 다시 원래 가기로 한 MOE에 있는 공장으로 가기로 했다. 내일부터 나오라는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공장에서 일하게 된 스토리는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코로나 진행사항에 의한 호주 빅토리아 주의 상황 변화에 대해서 시기별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3월 14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쇼핑을 하러 QV에 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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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4_221348.jpg 호주는 주로 파스타가 주식인가 보다.. 파스타가 하나도 없다..


영화를 보는줄 알았다.. 휴지와 파스타.. 등 식료품과 생필품들이 동이 났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설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가.. 믿기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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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_070051.jpg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호주 아줌마 아저씨들..

마트에 장 보는데 줄 서서 들어가기는 처음이었다.

더 황당했던 거는... 이렇게 약 30분가량 기다려서 마트가 첫 문을 열 때 들어가려는데..

호주 시민권자가 아니면 1시간 뒤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드의 말에.. 망연자실하였지만,

열심히 기다려서 들어갔는데..

20200318_080712.jpg 울월스에서 겨우 구매한 휴지 한 개와 쌀 1KG 휴지는 한 사람당 한 개 밖에 못 산다.

정말 다행히도 쌀 1KG과 휴지 한 두루마리를 살 수 있었다.. 하하...

정말 멍청한 짓들을 하고 있다면서 욕하면서도...

"나도 저 6개짜리 휴지 뭉치를 사고 싶다.. 다들 사재기를 하는데 나도 사재기를 해야겠다..." 등

바보 같은 생각들이 내 뇌를 지배해 가고 있었다.


더 슬픈 것은.. 어딜 가던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거 같았다.

그래서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녔더니.. 더 쳐다보는 거 같았다..

이제야 내가 진짜 외국인이 된 거 같은 기분이었다. "다들 내가 중국인인 줄 알고 있겠지?"

빌어먹을.. 정말 욕이 나오기 시작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두려움과 짜증이 수없이 반복됐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난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항상 "위기는 기회야"라고 생각하면서 위기를 기다려온 나에게 위기를 제대로 때려 맞고 후퇴하라고?

당치도 않다.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4월 3일 스콧 모리슨 총리가 공식적으로 임시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지금이 집에 돌아갈 때"라는 발표를 했다. 호주에서 일하는 임시 비자 근로자들은 보통 캐주얼 잡으로 일하는데

이때 회사에서 연금을 넣어주게 되어있다. 보통 이 연금을 한국 돌아가기 전에 출금할 수 있는데...

세금을 자그마치 65%를 떼어간다나..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금 없이 1만 불 이하까지 전액 출금 가능하다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왔단다.




멜번시티 차이나타운.jpg 멜버른 차이나타운 전부 문을 닫았다.

4월 18일

일한 지 4주 정도 지나고 나서 한국 식품이 너무 필요해서 1시간 반 거리를 차를 타고 시티로 왔다.

멜버른 시티에 부자 치킨이 정말 맛있는데, 멜버른에 있는 모든 상점은 전부 테이크아웃 밖에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치킨을 사서 어딘가에서 먹어야 하는데 차 안에서 먹기는 싫고, 그래서 혹시나 MERT가 아직 내가 살던 집에 있을까 궁금해서 연락을 해봤는데 다행히 집에 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집으로 갔는데, 그 사람 많고 활기차던 차이나 타운에 있는 상점들이 전부 문을 닫고..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5월 1일 현재

아직까지 빅토리아 주는 STAGE 3 상태다.

STAGE 3 상태 : 기업 및 기타 조직에 제약을 가하고, 오락, 문화 및 오락 활동을 제한한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이런 규제들이 풀리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헬스장이 너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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