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by 신작가

아침에 소란함에 잠을 깼다. 바람소리가 요란한 것도 있었지만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차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소리가 천둥번개 치는 소리 같았다.

나는 가서 저 문을 닫아야지 하면서도 귀찮은 마음에 미뤄둔 채 잠을 청했다.


한 번은 2층짜리 집에 사는 할머니가 키우는 콩나물과 채소들을 탐내는 꿈을 꿨고, 한 번은

누군가가 죽어서 엄청나게 슬퍼하는 꿈을 꿨다. 요즘 영화를 잘 안 봐서 그런지 꿈이 갈수록 생생하게 기억난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러 언덕을 올랐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도 장관이지만, 길 양옆에 자라난 나무들을 오가는 앵무새들의 지저귐을 듣는 것도 재미있다.

앵무새가 사람 말을 따라 할 수 있다는 건 절대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대화를

쉴 새 없이 지껄이고 있었다. 나도 저 대화에 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으나 불가능을 깨닫고 이내 마음을 접는다.


한창 언덕을 오르다 내려오는데, 멀리서 커다란 토끼가 내 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푸르고 넓은 초원에 모여있는 그들은 캥거루였다.

지금껏 모이에 사는 동안 한 번도 캥거루를 보지 못했는데 멀리서나마 캥거루를 발견하고는 너무 깜짝 놀랐다.


내가 보기에 캥거루들은 소들과 섞여 살고 있는데, 소들이 가장자리로 쫓겨난 채로 캥거루들이 중앙을 활보하며 다니는 걸 보면 캥거루들이 실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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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었지만 울타리가 있어 다가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순간 울타리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 넓어 보이는 초원이지만 결국에는 울타리 안에 있는 캥거루다.

느릿느릿 걷는 소에게는 꽤 넓은 장소겠지만, 캥거루의 활력에 비해 그들의 영역은 비교적 좁아 보였다.

그들은 그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넓은 초원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결국에는 울타리 바깥도 결국에는 울타리 안이라는 것은..

캥거루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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