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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가 Jun 19. 2024

나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과거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갑자기 며칠 전 여자친구가 생활기록부를 보자고 했다.

요즘에는 매우 간편하게 발급이 가능해서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나도 어린 시절이 궁금해져서 발급을 받아보았다.


학년

1

2

3

4

5

6

6

6


6이 세 번이나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 이게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어머니로 인해 6학년에 세 번이나 학교를 옮겨 다녔던 게 생각이 났다.


13년이나 염리동에서 거주를 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조금이라도 어머니가 공기 좋은 곳에서 계시길 바랐던 아버지는 집을 수원으로 급하게 옮기셨다.


나는 당연히 적응을 못했고, 서울에서 온 깍쟁이가 되어 왕따를 당했다.

그러다가 또 몇 개월 후에 정릉이라는 곳에 이사를 가게 되었고 거기서 졸업을 하게 되었다.


특기 또는 흥미 : 글쓰기 

진로 희망 학생 : 의사 / 부모 : 의사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선생님이 계셨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매 맞는 게 일상이어서 

오늘은 또 무슨 잘못으로 맞을지 걱정하느라 모든 선생님이 다 무서웠다. 물론 내가 개구쟁이라 안 들어서 맞는 경우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한 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국어선생님이 그 당시 내가 쓴 시에 대해서 극찬을 하시면서 나를 무릎 위에 앉히시고 학급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그렇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라 "글 쓰는 게 좋다", "글을 쓰면 칭찬받는다"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6학년 때까지는 특기 또는 흥미가 글쓰기였고, 공룡을 좋아해서 워드프로세서에 공룡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암에 걸리셨고, 그렇게 허망하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는 막연하게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

웃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종하며 예절이 바름.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아버지가 나를 청학동에 보내셨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어머니를 떠나 청학동에 있는 게 몹시 힘들었고, 추운 날 찬물로 샤워를 하고 야채만 주는 곳에서 매일 논어와 소학을 외우게 하는 그곳이 너무 싫었다. 추운 꽁꽁 얼어있는 발바닥을 매로 맞으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학동 과정을 모두 마치자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제는 어머니에게 예의 있고 얌전한 모습으로 대할 수 있는데 얼마 안돼서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청학동에 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시절은 온통 어머니의 자취가 묻어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느꼈던 슬픔과

글쓰기를 통해서 위로를 얻고 싶었던 내가 있었다.


결국, 글쓰기는 내 정체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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