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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Oct 25. 2024

나의 고양이 똘이

자다가 눈을 뜨면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깜깜한 방, 형체도 없는 그 무언가와 눈이 마주친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찰나, 그건 바로 내 고양이 똘이다. 낯선 고양이였다면 기겁했겠지만, 내 옆에서 잠 깨기만을 기다리는 이 사랑스러운 녀석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마음이 녹는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눈을 깜빡여 애정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나와 고양이의 새벽 일상이다.


똘이와의 첫 만남 

똘이와의 첫 만남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8년 전, 아들이 골목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엄마, 며칠째 어미 고양이가 없어. 이 아이를 데려와도 될까?” 아들의 말에 음식쓰레기로 연명하며 골목에서 울고 있던 똘이는 우리 집까지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그날 밤, 배변통도 없던 우리는 급하게 빈 상자에 모래를 부어줬고, 똘이는 주저 없이 용변을 보고는 사람 손길에 금세 익숙해졌다. 그래서 이름도 똘똘해 보여 ‘똘이’로 지었다.

하지만 똘이는 집안에 갇힌 생활을 참지 못했다. 밤만 되면 나가고 싶다고 울었고, 결국 참다못해 문을 열어주면 밤새 골목을 누비다 아침이 되어야 들어왔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밤낮이 완벽히 뒤바뀐 생활이었다.


똘이의 "선물" 

어느 새벽, 똘이가 야옹야옹 울며 나를 부르더니 문 앞에 무엇인가를 두고는 의기양양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새끼 쥐! "으웩~~" 나는 비명을 질렀고, 아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양이가 집사에게 잡아준 쥐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똘이는 분명히 “봐, 내가 너 위해 밤새 고생했어!”라며 칭찬받길 원했을 텐데, 내가 소리 지르고 놀라니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이런 "선물"을 받았지만, 이제는 비명을 삼키고 똘이의 노고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쥐 선물도 다정한 애정의 표현이니까!


똘이의 중성화 수술 사건 

밤마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똘이는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3일 만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돌아왔는데 자세히 보니 한쪽 귀 끝이 잘려 있었다. 알아보니 구청에서 길고양이를 잡아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귀 끝을 자르는 표시를 한다고 했다. 아, 이 녀석이 길고양이로 오인되어 수술을 당한 것이다!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이건 고양이 고생이 따로 없었다.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싶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웃음이 났다. 무료 중성화 수술로 돈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아파트 이사와 똘이의 적응 

4년 전, 우리 가족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똘이의 밤마실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처음 며칠 동안 똘이는 새로운 환경에 놀라 밤새 울었고, 아파트 생활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곧 새로운 ‘영역’을 순찰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방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제 집을 확인하는 똘이의 모습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똘이와 나, 그리고 새로운 일상 

그동안 똘이를 돌보던 아들과 딸이 독립을 하면서, 나에게는 똘이와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오직 나만 따라다니고,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식탁 의자에도 함께 앉는다. 잠들 때는 침대 발치에 자리를 잡고 나를 지켜본다. 똘이가 아이들의 빈자리를 꽉 채워주고 있다. 그렇게 똘이와 나는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똘이와 나만의 교감 

고양이는 진짜로 믿는 상대가 아니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한다. 낯선 이와 눈을 마주친다면 "한판 붙자"는 뜻이다. 똘이는 나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본다. 가끔 눈을 깜빡이며 애정 어린 눈키스를 보내기도 하고, 내 손에 머리를 기대며 손을 깨물기도 한다. 내 다리에 몸을 기대고 골골송을 부를 때면 나는 고양이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 똘이가 나를 기다린다는 사실은 요즘 내게 큰 위안이 된다. 언젠가 먼저 떠나면 얼마나 슬플까 싶어 걱정도 되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이렇게 함께할 것이다.


고양이, 그리고 나의 삶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방법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고양이와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사랑과 행복은 상상 이상이다. 고양이가 보나는 애정은 뇌에 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그 덕에 매일 편안함과 행복을 느낀다. 똘이의 골골송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사라지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고양이 덕분에 나 역시 내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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