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부릅뜨고 삶과 죽음을 관찰하기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2

by 별빛소정

나는 곤돌라를

천천히 움직이는 요람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놓기 위해

곤돌라 위에 설치한 작은 상자는

널찍한 관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요람과 관 사이에서

삶이라는 좁고 기나긴 수로를

느긋하게 흔들리며

떠돌고 있는 것입니다.


- 괴테 <나는 곤돌라를 이렇게 생각한다>



삶은 태어나 죽음으로 향해 가는 여정입니다. 언제든 그 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죽음을 떠올리며 살아야 지금 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습니다.


괴테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늘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그는 하루하루를 더욱 진하게, 농밀하게 살아낼 수 있었지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며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죽음에 가까워지며 삶을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삶은 느낌표와 물음표 사이를 오가는 여정입니다. 깨닫기 위해 질문하고, 질문하기 위해 다시 느끼는 것,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실감합니다.


죽음을 자각할 때, 삶은 더 뜨겁게 빛납니다. 죽음이 있기에, 오늘을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메멘토 모리. 늘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의 나를 아낌없이 써내고 싶습니다. 후회 없는 이별을 위해, 남은 에너지를 다 써서 텅 빈 마음으로 평안히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을 온전히 껴안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나를 다해 살아갑니다.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일상을 최고로 즐겨야 합니다.
내가 살았던 모든 기록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하루하루를 즐긴 나날의 합입니다.
- 김종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얼마 전, 나와 같은 나이의 사촌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모는 먼저 간 아들의 영정 앞에서 무너져 내리듯 통곡하고 있었고, 사촌의 아들은 군에 입대한 지 하루 만에 검은 양복을 입고 상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곁에서 그의 부인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멍한 눈빛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죽음은 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누구에게든, 예고 없이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요.


만약 내일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아쉬워할까요? 아마도 거창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일보다는 어제 하지 못한 따뜻한 말 한마디, 오늘 미루어버린 작은 선택, 사소한 순간에 짓지 못한 미소, 베풀지 못한 친절 같은,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가장 아쉬워할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답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더 아끼고, 더 사랑하며,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진심으로 누리고, 오늘의 나를 다해 살아가는 것.


죽음을 떠올릴 때, 삶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그 선명한 빛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진실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