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6
내가 아는 책 중에 가장 심오하고
알 수 없는 '사랑'이라는 책을,
나는 평생 차분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기쁨이 녹아 있는 페이지는 적었고
한 권을 읽는 내내
아픈 괴로움만 반복되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이별은
단 한 장만 차지하고 있었고,
다시 만난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단문으로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고뇌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오, 마침내 나는 정답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풀 수 없었던
그 모든 사랑의 문제는
앞으로 새롭게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 괴테 <사랑의 책>
괴테는 평생 아홉 명의 연인을 만났습니다. 19살의 나이에 자신보다 26살 많은 미망인을 사랑했고, 친구의 아내였던 샤를로테와도 깊은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70세가 되었을 땐 19세 소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지요. 그의 다양한 사랑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파우스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학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많은 연인들과 사랑을 나누었지만, 괴테는 매번 눈앞에 놓인 사랑에 진심을 다했습니다. 사랑은 머리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되곤 했습니다.
사랑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실한 태도일 것입니다.
통찰력 있는 사람은 세상을 서두르지 않고 오래 바라봅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용히 관찰하며 사색할 줄 아는 사람이지요.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꾸준히 지켜보면, 어느 순간 상대가 말없이 전하는 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통찰력을 얻게 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바라본다면, 우리 역시 사랑의 답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그저 바라보세요.
그러면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내게로 와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더 선명하게 알게 됩니다.
통찰력의 시작과 끝은 끈기입니다.
섣부른 판단은 곧 사라지는 쾌락일 뿐입니다.
- 김종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통찰력은 단번에 얻어지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끈기에서 비롯된 선물입니다. 오랜 시간 한 대상을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빠른 판단은 순간적인 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 문제를 단숨에 풀어낸 듯한 만족감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쾌감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리를 오해와 성급함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진짜 통찰은 마음의 균형을 잃지 않고 사색을 이어간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섣부른 결론에 도달하지 않고, 침묵 속에서 의미를 되새긴 사람만이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됩니다. 통찰력은 조용한 끈기와 묵묵한 기다림의 결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