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8
깊은 정적이 바다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미동도 없이 바다는 떠 있고,
괴로운 표정의 뱃사람은
수평으로 펼쳐진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불지 않는 바람,
지독한 죽음의 정적,
그 끝없이 넓은 바다에
파도 한 조각도 일지 않습니다.
- 괴테 <바다의 정적>
뱃사람은 바다의 깊은 정적을 바라봅니다. 마치 죽음처럼 고요한 바다가 그의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는 이 미동도 없는 바다를 묵묵히 견뎌야 합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오면, 그는 머뭇거릴 틈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바다가 거세게 요동치기도 하지요. 하지만 자기만의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 깊고 고요한 정적을 지나야 합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일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아무런 기척도 없는 적막 속에서, 뱃사람은 수면을 응시하며 다음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는 고요 속에서 움직일 때를 준비합니다.
고요함은 멈춤이 아닌 기다림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단점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오래된 나를 떠나 새로운 나를 마주할 때, 우리는 낯선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거나
단점만 보려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오래된 나를 떠나야
낯선 곳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 김종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늘 같은 시선이 아닌, 다른 시간과 마음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세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오늘 내가 만날 사람들은 내 일에 간섭할 것이고, 고마워할 줄 모르며, 거만하고, 정직하지 않고, 질투심 많고 무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한 번도 삶이 쉬웠던 적은 없습니다. 늘 삶에 의해 시험받았고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내가 해낸 일은 그저 버티는 일이었습니다. 계속하면서 살아남았고 버팀으로써 이겨냈습니다.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순간을 버텨내고 오만한 세상을 견디고 살아내었습니다.
내가 겪은 모든 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순간을 거쳐 지금 여기의 내가 있습니다. 살아있음으로 이미 이겼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