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 할아버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73

by 별빛소정

홀로 깊은 숲 속을 걸었습니다.

그 무엇도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길을 걸었지요.


그늘 속에서 별처럼 빛나며

작은 눈동자처럼 아름다운

작은 꽃송이를 보았습니다.


꽃을 꺾으려고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꽃이 이렇게 속삭였어요.

"제가 당신에게 꺾여서

시들어져야 할까요?"


저는 꽃을 뿌리째 뽑아

집 옆 작고 예쁜 정원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그러자 그 꽃은

조용한 공간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제는 사방으로 가지를 뻗으며

점점 더 크게 자신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 괴테 <발견>



얼마 전, 주말농장 길가에 핀 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클로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책갈피에 꽂아두고 싶어 꺾으려다, 문득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이유로 꺾여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그 클로버를 뿌리째 조심히 뽑아, 밭 안쪽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옮겨 심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자리에 심긴 클로버는 네잎, 다섯잎, 여섯잎까지 뽐내며 점점 더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언제나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잡초들, 그 속에서 특별한 존재를 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자, 그것은 어느 꽃보다도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다니는 피트니스 센터에는 80대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십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도착하셔서, 옷을 갈아입고는 운동은 하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30분쯤 쉬다가 조용히 돌아가십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운동도 안 하시면서 왜 굳이 힘들게 오시는 걸까?”


하지만 오랫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게를 들어 올리는 것이 운동이라면, 그저 헬스장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그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길가에서 행운의 클로버를 발견하듯,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차분히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지켜보다 보면, 누구든 그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잡초처럼 여겨졌던 존재 안에서도 삶의 소중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해하기 힘든 사람은 있어도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면
충분히 지켜보지 않은 것입니다.
오랫동안 바라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입니다.
- 김종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어릴 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에 벽이 생겼고, 그 벽 너머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는, 언제나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요.


충분히 바라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이해하지 못했던 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각자의 삶, 각자의 생각, 각자의 속도가 있지요. 그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세상은 훨씬 더 따뜻한 손길로 우리를 감싸줍니다.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그 순간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