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용기는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이다.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용기는 성공에 대한 어떠한 보장도 없이 시작하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 괴테
우리는 흔히 '용기'라고 하면 거대한 모험을 떠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괴테가 말하는 진짜 용기는 조금 다릅니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불확실한 오늘을, 기꺼이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담담한 태도입니다.
한때 '버킷리스트(Bucket List)'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는 이 목록에는 으레 거창하고 화려한 목표들이 가득했습니다. 에베레스트 등반하기, 마라톤 풀코스 완주, 10억 모으기, 세계 일주 떠나기…. 사람들은 저마다의 원대한 꿈을 SNS에 올렸고, 그것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삶에 열광했습니다.
그 화려한 목록들 사이에서 저는 자주 주눅이 들었습니다. 제 버킷리스트는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웃을 수 있는 행복 찾기',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기', '잠들기 전 감사하기' 같은 것들이 제 꿈의 전부였습니다. 남들에게 자랑하기엔 너무나 소소해서, 감히 꺼내놓지도 못했습니다.
타인의 대단한 목표를 보며 부러워하고, '나는 왜 저렇게 가슴 뛰는 꿈이 없을까'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단한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전력 질주하는 삶만이 아름다운 것일까요? 거창한 목표는 멀리 있는 산봉우리만 바라보느라, 지금 내 발밑에 핀 들꽃을 짓밟고 지나가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계 여행을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 멋진 집에 사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언젠가' 올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바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삶의 목적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내 눈앞에, 내 손끝에 닿는 이곳에 있습니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성취하는 경험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오늘을 소중하게 살아내는 태도입니다.
괴테가 말한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오늘 내가 성실히 보낸 하루가 비록 당장은 빛나지 않아 보일지라도, 이 하루가 모여 결국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믿음. 성공이 보장되지 않아도,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 태도야말로 가장 큰 용기입니다.
버킷리스트만을 쫓아 오늘의 소중함을 잃어버린다면, 막상 꿈을 이루어도 남는 것은 허무뿐일지 모릅니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껍데기에 불과하니까요. 지금 앞에 놓인 하루가 너무 평범해서 지루해 보이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낸 당신은, 이미 당신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성공은 먼 훗날의 성취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내 삶으로 소중하게 살아내는 마음에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마치 버킷리스트인 것처럼 그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라. 작지만 가장 중요한 일에 몰두하면, 나머지 커다란 목표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일상이 치열하게 읽어야 할 본책이라면, 버킷리스트는 본책에 집중하면 따라오는 부록이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