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날에는

by 별빛소정
음악과 시, 그림으로 자신을 지켜라. 사람은 매일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시를 읽으며, 훌륭한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 그런 일상을 보내야만 신이 우리 영혼에 심은 아름다운 감각을 세속적인 근심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 괴테


괴테의 문장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현대인을 위한 생존 수칙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대부분 건조한 일상에 지쳐 살아갑니다. 처리해야 할 업무, 돌봐야 할 가족,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우리 마음을 흔들고 메마르게 하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퍽퍽한 현실 속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사치가 아닙니다. 영혼의 곳간을 채우는 양식입니다. 좋은 그림을 보고,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 행위는 우리 뇌의 쓰지 않던 근육을 자극합니다. 예술은 납작해진 우리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확장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동의 샘물을 길어 올립니다. 차오른 감동은, 나의 언어와 태도가 되어 삶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깊이는 곧 내 마음의 깊이입니다. 내 언어를 깊고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예술을 통해 나의 세계를 넓히는 것입니다. 매일 똑같은 뉴스, 똑같은 불평, 똑같은 자극에만 노출된 사람의 언어는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님을 마주쳤습니다. 대동대학교 음악홀에서 열리는 ‘슈베르티아드 피아노 연주회’에 가는 길이라며 동행을 권하시더군요. 솔직히 날씨는 춥고 몸은 천근만근이라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이 우연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따라갔습니다.


180석 남짓한 아담한 소규모 홀, 그곳에는 한 대의 피아노가 놓여 있었습니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나란히 앉아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네 개의 손이 만들어내는 연탄곡(連彈曲)은 혼자 칠 때보다 훨씬 다채롭고 화려한 음색을 뿜어냈습니다. 연주가 이어지는 내내, 얼어붙었던 제 마음속에 따뜻한 리듬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우연히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돈으로 살 수 없는 충만함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남편을 마주했는데, 평소라면 퉁명스럽게 나갔을 말들이 부드럽고 예쁘게 나갔습니다. 무엇을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슈베르트의 선율이 제 내면의 거친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주었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가 같은 말을 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말과 품격 있는 태도는 "이제부터 예쁜 말을 써야지"라는 단순한 결심이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던 '축적된 지성'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늘 근심 속에 살아가지만, 억지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지성을 쌓아가야겠습니다.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세속의 때를 벗겨줄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 당신이 보고 들은 아름다움이, 내일 당신이 세상에 내뱉을 첫마디가 됩니다.



스치는 농담 한 조각에도 그 사람의 지성이 모두 녹아있다.
아름다운 음악과 귀한 시를 읽고 훌륭한 그림을 감상하며 자신을 지켜라.
당신의 말은 당신이 보낸 역사의 합이다.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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