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정, 오늘부터 헤세와의 산책을 시작합니다.

by 별빛소정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마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곧바로 달려가라.
-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이 말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영혼에게 던지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내면의 혼란을 겪으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할 때, 데미안은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관습이라는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오직 자신의 내면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늘 흔들립니다. 모든 답을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헤세는 답을 모를지라도,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곧바로 달려가 보라고 강조합니다. 망설임과 고민에 빠져 제자리에 멈춰 서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방향을 믿고 나아가는 의지가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줍니다. 확신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행동함으로써 나만의 길이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세상에는 꾸준하지 못할 이유가 참 많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날도 있고, 갑작스러운 약속이 생기기도 하며, 때로는 지독한 게으름이 마음을 잠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재능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꾸준함'입니다. 세상의 모든 귀한 것들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매일의 실천만이 삶을 보석처럼 빛나게 합니다.


작년 한 해, 저의 중심을 잡아준 단어는 '꾸준함'이었습니다. 저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2월 1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필사를 이어왔습니다. 지독한 글태기에 빠져 한 달간 한 줄도 쓰지 못했을 때도, 일주일간 해외 출장을 갔을 때도, 몸살로 침대에서 일어날 기운조차 없던 날에도 필사 책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을 시작으로 괴테와 니체에 이르기까지, 대문호들의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은 오롯이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는 성소(聖所)였습니다.


매일 철학자의 말을 옮겨 적고, 그것을 다시 나의 언어로 정제해 보는 과정 속에서 제 안의 공간은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세상이 던지는 무례한 질문들에 나만의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단단함이 생겼습니다. 이제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저는 다시 필사로 돌아옵니다. 고요히 앉아 문장을 적는 그 순간이야말로 저의 가장 본연의 모습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헝클어졌던 마음이 가라앉고 에너지가 채워지는 '내가 돌아올 곳'이 생겼다는 것, 그것이 필사가 제게 준 가장 값진 보물입니다.


이제 저는 헤르만 헤세의 글로 다시 시작합니다. 김종원 작가의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를 길잡이 삼아, 앞으로 76일간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설령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자신 있게 곧바로 달려가 봅니다. 그 끝에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삶이란, 나에게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에 깃드는 법이니까요.


이 세상에 태어나 작은 무엇이라도 나만의 것을 하나 해내려면, 뭔가 달라도 많이 달라야 한다.
모른다고 멈추거나 주저하지 마라.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자신 있게 곧바로 달려가자.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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