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사람의 일상에는 일관적인 성실성과 강인한 의지가 있기에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고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다. - 헤르만 헤세
우리는 보통 '성장'이라고 하면 눈부신 성공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의 반전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헤세가 말하는 성장의 본질은 화려한 결과가 아닙니다. 그것은 묵묵히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일관성'에 가깝습니다. 흔히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시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작게 시작해서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 될 뿐입니다.
머뭇거리며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헤세는 "세상이나 타인의 명령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준비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섬광 같은 깨달음이 찾아와 인생이 바뀌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듭니다. 오히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는 듯한 당당함과, 무엇도 걱정할 것 없다는 준비된 태도가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성실함과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시작의 과정과 결과에도 고귀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매일 글을 쓰는 마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 공부하고 독서를 이어가는 마음. 끈질긴 지루함을 이겨내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마음이야말로 우리를 진정으로 성장하게 만듭니다. 종종 "나는 의지가 약해서 안 돼"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지만, 의지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단련하는 근육과 같습니다. 헤세가 강조한 강인한 의지 역시 무쇠처럼 단단하기만 한 마음을 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바람에 흔들리고 잠시 넘어지더라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에 더 가깝겠지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몸을 낮추며 제자리를 지키는 나무처럼, 일관된 성실함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단단한 기품이 서립니다.
저는 매일 책을 읽고 철학자의 문장을 필사하며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철학자의 글을 따라 적습니다. 그것이 저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세상의 모진 바람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 사소한 루틴을 지켜낸 것만으로도 저는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매일 꾸준히 이어가는 성실함 아래 성장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묵묵히 지켜낸 그 소중한 일상은 우리 삶에 피어날 가장 아름다운 기적입니다.
사랑할 만한 가치과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멋진 결과물의 탄생은 때를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시작하면 만날 수밖에 없는 예정된 기적이다.
-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