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종은 지금 누구를 위하여 울리고 있나요?

by 별빛소정

한 달에 한 번, 마음 편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다. 근황을 묻고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다. 우리는 단순히 먹고 즐기는 모임을 넘어, 매달 책 한 권을 정해 깊은 속내를 나누는 '독서 친구'이기도 하다.


토요일 점심, 영화관 옆 식당에서 고등어조림을 먹고 찻집에 마주 앉았다. 오늘의 책은 박소영 작가의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어둡다』. 헤밍웨이의 소설을 통해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인생 수업을 담은 책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거장 헤밍웨이. 그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품은 거친 문체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 감정을 다루는 놀라운 이야기꾼이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한 구석이 부서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하루 치밀하게 쌓아 올리는 '현재'를 통해 인생을 완성해 나간다. 청새치를 잡는 노인, 다리를 폭파하는 군인,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는 기자까지. 그들은 나약하지만 현실 앞에 한 걸음 더 나아가려 고군분투한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삶은 여전히 거칠지만,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조금씩 나아가라는 헤밍웨이의 위로가 문장마다 서려 있다.


"나만의 만트라(주문)가 있니?" 친구가 물었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이 바다에서 끊임없이 새와 물고기,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장면을 떠올리며 던진 질문이다.


"아침에 시작하기 힘들 때 '오늘도 일단 시작해 보자'라고 말해. 그럼 신기하게 힘이 나." "힘든 일을 맡으면 '내가 힘들면 남들도 다 힘들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난 아침에 눈뜰 때마다 '살아있어 감사합니다'를 반복해."


산티아고 노인은 상어와 싸우는 외로운 여정 중 혼잣말을 내뱉는다. "진짜 나보다 더 큰 존재로 생각하게 내버려 두자. 아니, 난 그렇게 되고 말겠어." 타인의 응원보다 내면에서 되뇌는 스스로의 목소리가 우리를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로버트 조던은 미션보다 높은 가치인 사랑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질문을 이어갔다. "지금 너의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고 있니?"


"아이들이 어릴 땐 아이를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었지. 하지만 이젠 나를 위해 살아. 내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니까." "남편 기분에 따라 내 감정이 널뛰었어. 지옥 같을 때도 있었지. 이젠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고 싶어."


우리의 대화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한 문장에 머물렀다.

매일 같은 것이 반복되는 우리의 하루도 어떤 면에서는 시시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진실한 하루들이 모여 인생의 총합을 이루고 멋진 삶을 만들어 준다.

삶이란 결국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다. 내 앞에 닥친 시시해 보이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의 인생도 각자의 속도로 정성스럽게 익어가는 중이라는 것을.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상어 떼를 만날 때도 있고, 지키고 싶은 다리를 폭파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그때마다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거창한 승리가 아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괜찮아"라는 나지막한 속삭임, 그리고 묵묵히 채워낸 '시시한 하루'들의 힘이다. 삶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여기, 지금 내 곁의 사람과 온기를 나누며 오늘이라는 대가를 기꺼이 치러내는 것.


오늘도 시시한 하루를 살아내어 인생이라는 위대한 문장을 완성하고 있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