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그릇

by 묘한


나는 개미처럼 작은데

세상은 내게

거인의 밥그릇을 주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 밥그릇을 들고

밥을 얻으러 다니자

내가 지나온 길은

진흙탕이 되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저 큰 밥그릇을

어떻게 들고 다니지?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의 밥그릇을 든

또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내 귓속으로 들어와

울리기 시작했다


저걸

어떻게 들고 다니지?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거인의 밥그릇을 들 수 없었다


나는 나에게 맞는

작은 밥그릇을 찾기 위해

진흙탕이 되어버린

지나온 길을

다시 걸어 보았다


마침내 내 밥그릇을

찾았을 때


땀이

멈추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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