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청첩장을 받고 너의 존재가 새삼스러웠던 날
안녕! 나의 어릴 적 동네친구이자 사촌, 서광석
너한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나 싶네..
너의 이름을 글로 쓰고 머리로 읽으니까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낯선 느낌까지 든다 푸하하
오늘 너의 청첩장을 모바일로 받고 사진첩을 넘겨보는데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훅 올라왔어.
장난기 섞인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 속 너가 예전 어렸을 때 모습과 너무 겹쳐 보이는 거야.
너랑은 진짜 친남매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냈고 집도 걸어서 5분 거리였어서 네 집이 내 집인 것처럼, 내 집이 네 집인 것처럼 들락거리곤 했는데!
옛날에 그때 생각나? 네 동생을 따돌리고(매번 따돌렸었는지 아직도 네 동생은 그때 이야기를 꺼내ㅋㅋㅋ) 동네에서부터 차로 40분 거리정도 됐던 우리 외할머니댁까지 해가 쨍쨍했던 대낮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겠다고 그 어린 초등학생 둘이서 겁도 없이 차도를 달리며 엄청 신나 했던 날이었어.
그래서 결국 우리 아빤가? 너희 아빤가? 트럭을 끌고 와서 우리 자전거 두 대 싣고 데려가셨던 날!!
지금 생각해 보면 꼴통 둘이었 던 것 같아.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그래도 우리 서로 부유하게 자라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때 네가 있어서 마음만은 엄청 엄청 부자였어!
순수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동갑내기 친구이자 사촌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잊고 지냈던 거야.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각자의 사춘기를 보내느라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근데 오늘 네 청첩장을 열어보는데 그때의 아름답고 소중했던 나와 너, 우리가 함께였던 어릴 적 추억이 너로 인해 겨울 끝자락에 피어나는 동백처럼 은은하게 내 마음에 번졌다.
나의 오랜 벗이자 가족 광석. 너의 결혼을 그 누구보다 축복해. 우리의 어릴 적 행복했던 추억보다 더 빛나는 너의 미래가 펼쳐지기를 마음껏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