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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 Jul 03. 2017

조용히 걷고 싶다면

#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을 걷는 동안 다듀의 노래가 계속 맴돌았다

-시끄러운 클럽보단 산에 가고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예전의 나는 잡생각들이 겹칠때면 무작정 누군가를 찾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혼자있는 시간을 찾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엔 내면보다는 외면에 치우치게 되는데 혼자있는 시간엔 내면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복장은 상관없다.


사려니숲길 가는 날에도 잠옷으로 입는 원피스를 입고 갔다. 바람이 숭숭통하고 '남자들도 이런 원피스 입으면 엄청 좋아할텐데' 괜히 내가 아쉬운 그런 옷.


입구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들어갈수록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딘가로 흩어져버렸다.

분명 포장도로였는데 쓸데없는 잡생각들을 주구장창하다보니 어느새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흙밟는 소리가 자박자박하고 들려오는게 좋아서 그때부터는 이어폰도 빼고 걸었다.

원시림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에 조금 겁먹긴 했으나 나무 사이로 보이는 맑은 하늘이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다.


혼자 제주도를 여행하며 있었던 일들, 지금 사려니숲길을 같이 걷고 싶은 사람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등등.

잡다한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는데 답을 찾을 수 없어서 답답했다. 마치 대충 던져놓았던 목걸이를 오랜만에 찾으면 줄이 얽히고설켜서 풀리지않는 것처럼 짜증나는 답답함.

그럴때마다 숨을 크으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풀냄새 , 나무냄새, 습하지않은 보송보송한 맑은 날의 냄새가 나의 뒤엉킨 심신을 진정시켜 주었다.

숲을 나올때까지도 답은 찾지 못했지만 늘 제주여행 버킷리스트에 꾹꾹눌러 적어만 두었던 사려니숲걷기를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살짝 취해있었어서 그런지 괜찮았다.


제주여행이 끝나갈 즈음 사려니숲을 찾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제주여행을 곱씹기에 좋았고 날씨도 딱 좋았고 3시간정도를 걸었더니 발목이 아직도 성하지않은 걸 보면, 첫 날 갔으면 발목이 아파서 여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나와 대화하고 싶을 때, 혼자 조용히 걷고 싶을 때

또 사려니숲길을 가야겠다.

그 때의 나는 또 어떤 잡생각에 사로 잡혀있을지.


미래의 나야, 지금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고 있어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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