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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 Oct 04. 2019

어설프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담고 기다리는 일을 좋아해

나의 지난여름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에서 처음 마주한 것들, 여유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던 뒷모습.
자유로운 댕댕이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바닷물에 희석되는 석양의 빛.
필름카메라는 순간을 담기엔 느리다. 하지만 적당한 느림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좋아서.
소소한 것들에 눈길을 빼앗기고 오래 머무르게 된다. 그런 내가 썩 마음에 들 때가 있다.
하늘러버
디니위니비치에서 유유자적. 걱정없던 마음을 가져오고싶다.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던 곳.
투명한 바닷물, 햇빛, 건강한 발가락까지 모두 사랑스러워
물 속을 굴러다니던 애들
물 속을 굴러다니던 애들222
아쉬움에 집에 데려온.
보라카이에서 마지막 툭툭이
선착장
흔들려도 좋아
아침의 빨강
나는 맥주 너는 와인
내가 사랑하는 존재
새로운 식구, 짝코. 맨날 연탄곁에서 자는 바람에 몸뚱이가 회색빛이야
너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환영해 짝코.



필름카메라로 찍은 필름들을 두세 통 모아두었다가 지난 기억들이 나에게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설 때쯤 우리 동네 작은 사진관으로 간다.

사장님은 가끔 가는 내게 되묻곤 하신다.

“현상이랑 스캔 값 얼마 받았었죠?”

그 정도로 우리 동네 사진관에는 필름을 맡기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인데 그게 나에겐 나름 의미가 되어서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곳을 찾게 된다.

필름을 맡기고 일주일 정도 안팎으로 사진관을 찾으면 스캔까지 되어있는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장님 대신 내가 직접 그 사진관의 오래된 데스크톱 앞에 앉아 사진을 네이버클라우드로 옮겨온다.

집에 오는 그 짧은 시간도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을 따라오지 못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고 저장하다 보면 집에 오는 시간은 더뎌지지만 발걸음이 행복해진다.

설렌다. 어쩌면 조금 번거로운 일이지만 나에게 그 번거로움이 주는 며칠은 설렘인 거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추억을 짙게 여러 번 덧칠하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어설프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담고 기다리는 일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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